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묻힌 삼성전자 'TV' 고민
입력 2017.04.25 07:00|수정 2017.04.26 09:40
    TV 실적 부진 지속…라이벌 LG전자는 '수직 상승'
    반도체·모바일·OLED에 밀리는 TV사업 비중
    그룹 지원 우선순위도 밀려…"독자 생존방안 찾아야"
    •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탄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해가고 있다. 다만 그 온기는 고르게 퍼지지 않고 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할 전망이다.

      더 큰 고민은 TV가 우선순위에서도 점차 소외되는 점이다. 그룹 차원의 지원 및 전략이 반도체·모바일용 OLED 디스플레이 등 장기 호황에 돌입한 주력 사업으로 쏠리고 있다. 사업 지속을 위해 LG와의 협업 등 독자적인 생존방안을 찾아야 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 약 10조원에 달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호황을 맞은 반도체 사업이 6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두며 실적을 이끌었다. 시장에선 '갤럭시 S8' 효과가 본격적으로 이익에 반영되는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일찌감치 커졌다.

      삼성전자 내 사업 한 축을 담당하는 가전부문(CE)은 소외됐다. CE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감소한 3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장에선 CE부문 내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의 부진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절적 비수기·패널 가격의 상승 등 일시적 요인들이 거론되지만, 같은 기간 LG전자내 TV사업(HE사업본부)의 호실적과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삼성전자가 TV사업에서 특별한 반등요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미엄 TV 시장(약 280만원 이상 기준)에서 LG전자는 43.1%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7.5%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2년 새 대폭 끌어올려 선두에 올랐다. 반면 2015년 57.7%에 달했던 삼성전자 점유율은 같은기간 20.3%로 절반 넘게 줄었다. 일본 소니에도 밀려 3위에 위치했다.

      이미 중저가 TV 시장은 중국업체에 잠식된 상황에서 국내 업체의 수익 창출은 프리미엄 시장 확보에 달렸다.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 체제 이후 전체 시장 점유율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OLED TV를 통한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짰다. 2위로 올라선 일본 소니 역시 지난해 말부터 OLED TV 생산을 시작하며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근본적인 전략 부재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TV사업에서 장기집권 중인 윤부근 CE부문 사장, 김현석 VD사업부 사장의 지위를 공고하게한 건 'TV시장에서 12년간 세계 점유율 1위'라는 키워드"라며 "삼성전자 내 줄어드는 사업부 입지를 고려했을 때에도 점유율 유지가 여전히 사업부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전자·IT담당 연구원은 "수익성이 꺾이는 가운데 점유율까지 무너지면 손을 쓸 방안이 없어진다"라며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 할인 프로모션, 마케팅 등에 보다 집중하다 보면 수익 저하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 TV사업의 고전은 예고됐다. 핵심 부품사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방향은 철저히 모바일에 집중되고 있다. TV사업에 기반이 되는 LCD 생산설비를 점차 줄이며 이를 모바일용 중·소형 OLED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공장 내 7세대 LCD (L7-1) 설비 가동을 중단한 뒤 OLED로 전환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는 TV사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LCD 패널 확보가 빠듯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지난해말 샤프가 LCD 패널공급 중단을 통보했다.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공급을 요청하며 대응 방안을 찾고 있지만 지속 여부는 여전히 물음표다. 삼성전자가 그간 부품사 공급망 관리 측면에선 글로벌 수준 경쟁력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차이나스타(CSOT) LCD 설비에 일부 지분투자를 통해 공급망 확보에 나섰지만, 양산까지는 약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TV사업을 위해 자체 LCD 설비를 다시 늘릴 가능성은 없다"라며 "오히려 지난해 7세대 LCD 라인 전환에 이어 진행될 예정이었던 6세대 LCD라인 폐쇄를 늦추는 임시방편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 LCD TV 이후 전략 마련도 쉽지 않다. 그룹차원의 역량을 OLED TV 투자에 집중한 LG와 비교된다.

      VD사업부는 지난해까지 OLED TV 생산 및 투자 계획을 두고 내부 논의가 이어졌으나, 최종적으로 그룹의 '벽'에 막혀 시장 진입을 포기했다. 업계에선 당시 삼성그룹의 OLED TV 진입을 유도해내기 위해 사업부 차원에서 LG디스플레이와 손잡는 방안까지 검토했다는 얘기도 언급된다. 결국 유사한 명칭의 'QLED' TV 마케팅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LCD 기반 TV라는 근본적 기술 한계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 전자·IT 연구원은 "삼성의 QLED TV는 기존 LCD에 특수 필름을 씌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체 발광 방식의 OLED TV와는 전혀 다른 기술"이라며 “면적이 커질수록 균일도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보니 최근 반품이 늘어 호텔 등 B2B시장 납품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고민이 크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TV 기술력을 두고 감정싸움을 벌여온 LG와 관계를 회복하며 단기 생존 방안을 찾는 동시에, 삼성전자 내에서 존재감을 회복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