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된 카카오의 사업 쪼개기
입력 2017.04.25 07:00|수정 2017.04.26 09:39
    게임 중간지주사 세워 사업부 분사·통합 등 계열 정리 속도
    자금 수혈 위해 IPO와 외부 투자자 찾기 나서
    선결과제는 수익화…"스핀오프로 기업가치 하락 우려"
    • 카카오가 게임 중간지주사를 세우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쪽에선 카카오로선 당연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회사 분사를 통해 투자자금 마련의 통로를 넓히고, '돈이 안 되는 사업만 잔뜩 벌여 놓았다'는 투자자 우려도 잠재울 수 있는 기회다. 다른 쪽에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익성이 도마 위에 올라온 상황인데 잇따른 기업 쪼개기와 붙이기가 카카오와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깎아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중간지주사로 세운 카카오게임즈홀딩스(가칭) 산하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내 게임 사업부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훈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의 손자회사로 게임 퍼블리싱 및 개발 그리고 PC 온라인 게임 관련 사업을, 카카오 내 게임 사업부는 카카오톡 플랫폼(for kakao)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등을 담당한다. 카카오는 이원화된 두 게임 사업을 통합한 후 오는 6월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에 나선다.

      카카오 측은 게임사업부 통합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장에선 향후 IPO를 감안하면 사업부 통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내 게임 사업부 통합을 본격적인 사업부 분사 및 지배구조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카카오 내 사업부들을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하거나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식이다. 추후엔 카카오가 지주회사로 재편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프렌즈를 시작으로 여러 사업부들을 분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자회사로 편입한 포도트리에 분사한 웹툰·웹소설 부문·카카오메이커스 등 기존 사업부 외에 카카오페이·카카오브레인 등 신사업도 카카오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페이지(포도트리)는 각각 알리바바그룹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시장과 투자자들은 회사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당연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기존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신사업의 수익화 지연이 겹치며 투자자금이 빠르게 소진돼 자금수혈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사업부를 분사해 자회사를 만들면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하거나 외부 투자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어 당장의 '활로'를 얻을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아직 수익화하지도 못한 모빌리티(카카오택시·카카오드라이버) 부문 IPO가 시장에 거론될 정도"라며 "버는 돈은 없는데 돈이 나갈 곳만 많다"고 꼬집었다.

      회사 역시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이미 덩치가 커진 카카오가 직접 외부 투자를 받는 것보다 사이즈가 작은 자회사가 투자 받는 게 훨씬 용이하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최근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검토하는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닥 시장보다 규모가 큰 코스피 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외국인 등을 포함한 투자자를 끌어오기 쉽다는 판단이다. 급변하는 IT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내부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한 증권사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회사가 사업부 분사 등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식적으로 상장하겠다고 밝힌 카카오게임즈 외 매출이 가장 잘 나오고 있는 포도트리에 카카오 내 콘텐츠 사업부를 붙여 상장하는 게 다음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 내 사업부는 게임·광고·모빌리티·커머스·카카오톡·콘텐츠 등 8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사업 대부분의 수익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업부를 분사해 여러가지 방안으로 자금조달을 시도할 경우 시장과 카카오 간 눈높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원하는 만큼 투자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다른 증권사 인터넷 담당 연구원은 "카카오게임즈만 봐도 회사는 (기업가치를) 5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보고 있는 반면 시장에선 3000억원이 적당하고 본다"며 "수익성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나섰다가 시장에 '역시 카카오는 아직 멀었다'는 실망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카카오가 진행하는 사업 가운데 성과가 나오고 있는 부문은 포도트리 정도다.  포털·검색 사업부문의 광고 매출은 4분기 기준 2014년 1694억원에서 2015년 1535억원, 지난해 1414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4분기는 광고사업에서 성수기로 꼽힌다. 카카오택시 등 모빌리티 부문은 수수료 책정 문제가 결정되지 않아 수익화가 지연되고 있다. 그나마 수수료를 받기로 한 B2B 택시(업무용 택시)는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매출 기여도가 얼마나 나올지 미지수란 평가다.

      이 같은 스핀오프(Spin-off) 작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에 포함됐던 기업가치를 떼어내는 작업인 만큼 모회사·자회사 모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서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경영권만 보유하고 외부 투자를 받거나 혹은 상장해 잘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카카오는 물론 떼어낸 자회사 모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네이버가 라인을 분사해 상장할 당시에도 네이버와 라인 기업가치가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의 경우 광고에서 나오는 견고한 매출이 있어 부정적 여파가 적었지만 지금의 카카오를 보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