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와 맞바꾼 현대차의 미래
입력 2017.04.27 07:00|수정 2017.04.28 09:40
    10.5조 부동산 매입했지만, 미래산업 투자엔 '소홀'
    차세대 시장 선점하는 美·獨·日, 자본력 앞세운 中
    "현대차 투자는 걸음마 수준" "대규모 투자 의지 부족" 지적
    •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4년, 10조5000억원에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라고 일컫기도 하지만 현재의 현대차 상황을 비춰볼 때, 당시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 돼 돌아오는 모습이다.

      자동차 산업은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서로 제휴하고, 협력하며 진화하고 있다. 현대차의 투자는 미진하다. 한발 늦은 출발은 차치하더라도, 이를 만회할 만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부동산의 과감한 투자로 기회비용을 잃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전부지 인수 이후 현대차의 실적부진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엔 2010년 이후 영업이익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수 이후 떨어지기 시작한 주가는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의 탄탄한 기반이었던 국내시장은 흔들리는 모습이다. 70%를 유지하던 현대-기아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60%이하로 떨어졌다.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년 말부턴 사드(TAAD) 배치의 여파로 중국시장은 반 토막이 났다. 미국시장의 판매부진은 여전하다. 한-미 FTA와 공정거래법의 개정 논의는 장기적으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최근 일부차량에 대한 리콜 결정이 내려지면서 현대차가 야심 차게 내놓은 직분사(GDi) 방식 엔진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카로 대변되는 차세대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차세대 완성차에 필요한 핵심센서는 독일과 일본기업들이, 시스템은 미국기업이 선점하며 구도를 잡아가고 있다.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BAT) 등 중국기업들은 스마트카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전세계 기업을 상대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도 올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법인(현대벤처스)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통신과 인공지능, 정밀지도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스마트카 시대에 현대차가 갖고 있는 강점은 사실상 없다는 냉혹한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 국내 금융지주 한 연구원은 "현대차가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 때문이라기 보단, 앞선 글로벌 업체들이 내연기관 기술의 한계에 다다르면서 정체돼 있던 시기에 현대차가 이를 따라잡게 된 데 따른 것"이라며 "향후 10년 내로 빅3 또는 빅5로 재편이 이뤄질 텐데, 여기에 현대차가 끼어들 여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현대차의 단순한 판매량 감소 또는 점유율 하락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17년 이상 장기집권을 이어가는 정몽구 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얼마나 통감할지,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해 투자의지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배당계획을 밝혔음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주주만을 위한 정책일 뿐 장기적인 관점의 기술투자와 소비자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증권사 레포트에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할 뿐 현대차를 장기적인 투자처로 여기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지 못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현재 투자를 진행해서 향후 헤게모니를 쥘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판단한 것 때문 일수도 있다"며 "엔진결함을 비롯해 산적해 있는 대내외 악재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이에 따른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 게 현대차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