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M&A 본궤도 오른 CJ대한통운, 물류 실크로드 구축할까
입력 2017.05.18 07:00|수정 2017.05.19 15:30
    中룽칭물류 인수로 해외 M&A 속도 붙어
    동남아·인도·중동·중앙아시아 등 아시아벨트 구축
    국내서 쌓은 기술력 해외 물류사에 접목
    상대적으로 약한 재무여력은 약점 지목
    • 국내 물류업계가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CJ대한통운은 시장이 주목할만한 성장 스토리를 그리고 있다.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고, UPS가 로젠택배에 관심을 보이는 등 국내외 경쟁사들이 앞다퉈 물류업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내 택배 시장에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포워딩 시장에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외형 확장 핵심전략인 인수·합병(M&A) 의지가 두드러진다. CJ그룹은 2011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했고 이후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CJ GLS와 대한통운 간의 인수후 통합과정(PMI)을 끝내자마자 크고 작은 해외 물류사들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해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건 2015년 중국 최대 냉장·냉동 물류업체 룽칭물류(CJ로킨) 인수를 통해서다. 중국 물류 시장은 국내에 비해 5~10년 정도 뒤처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중국 현지 기업들은 운송 단가가 높은 냉동 물류 시장에 좀처럼 침투하지 못했다. CJ대한통운은 시장 선점을위해 4500억원의 자금을 들여 룽칭물류를 인수,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이제 무대는 중국을 넘어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2015년엔 미얀마 국영 물류기업인 육상운송청과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8월에는 중국 3위 가전업체 TCL과 물류 합작법인인 CJ스피덱스를 세워 중국 가전·전자물류 시장에 뛰어 들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위 물류기업인 센추리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 필리핀 5대 물류기업인 TDG그룹과 합작법인인 CJ트랜스네셔널필리핀을 설립해 현지 종합물류사업에도 진출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물류센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올 들어서는 인도 수송 부문 1위 기업 다슬로지스틱스와 중동·중앙아시아 지역 중량물 물류 1위 기업 이브라콤 인수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중국에서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와 중동·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아시아 물류벨트를 구축하며 글로벌 물류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업체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미국·유럽 시장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는 평이다.

      CJ대한통운의 해외 사업 전략은 단순하다. 비교적 진입이 쉬운 아시아의 물류사를 그대로 흡수하고, 국내에서 쌓은 기술력을 접목하는 방식이다. 한 증권사 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는 "기업간 거래(B2B) 사업을 하는 기업의 영업권을 비롯한 자산을 인수해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여기에 CJ대한통운이 가진 자동 배송 시스템을 포함한 물류 기술력을 접목해 영업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행보는 글로벌 물류업계의 동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물류사들은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해 M&A를 선택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추진된 물류기업 간의 M&A는 시장 저성장과 경쟁 심화로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기업들이 약진했다. 일본 우정이 6200억엔을 들여 호주 기업인 톨(Toll)로지스틱스를 인수했고, 싱가포르 APL로지스틱스는 일본 물류 기업 킨테츠월드익스프레스(KWE)가 인수했다. 중국 및 일본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력 내지 초저금리를 활용한 차입 등으로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하는 IT기반 물류스타트업 시장이 확대되면서 향후 물류기업 간 M&A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전통적 물류기업의 역할을 물류 스타트업 기업들이 대체하면서 기존 물류업체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M&A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공격적인 해외 확장 본능은 CJ그룹도 마찬가지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중심에는 CJ대한통운이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음식료(CJ제일제당)나 콘텐츠(CJ E&M)도 외형 확장이 가능하지만, 투자한 만큼의 수익이나 성과를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업들"이라며 "곧바로 성과가 나는 CJ대한통운이 CJ그룹의 M&A 주체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게 되면 CJ대한통운의 해외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직접 경영에 다시 관여하면 그동안 주저했던 해외 투자가 정상화하면서, 외형 확장에 다시금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CJ대한통운은 인수 완주 여부나 회사의 규모를 떠나 해외 M&A 시장에 꾸준히 명함을 내밀고 있다.

      앞으론 CJ대한통운의 해외 M&A가 어디까지 확장될 지가 관심사다. CJ대한통운은 베트남 1위 물류사인 제마뎁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는 가운데 미주·유럽 지역의 물류사 인수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CJ가 가진 사업·재무적 역량을 고려했을 때 조 단위 거래가 가능하다고도 기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투자가 공격적이긴 하나 룽칭물류를 제외하곤 대부분 신흥시장의 1000억원 이하의 회사들이었다"라며 "아직은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거래를 실질적으로 성사시키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벨트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려면 장기적으로 항공업, 해운업 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넘어야 할 산들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약한 인수 여력이다. 2016년 연결기준 CJ대한통운의 현금성자산은 1500억원대에 불과하고, 순차입금은 1조6000억원을 넘겼다. 부채비율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 물류회사의 3자 물류 사업을 막자는 정치적 이슈도 있다. 중소 물류회사의 일감 확보를 위한 해운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인데 이는 그동안 정부가 물류산업을 키우기 위해 3자 물류 회사를 육성해왔던 정책과 대척점에 있다. 이미 전세계 물류산업의 흐름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대기업인 CJ그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