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CVC = Cheap very cheap' 공식이 깨지려면?
입력 2017.05.29 07:00|수정 2017.05.29 22:01
    [Invest Column]
    아시아팀 최근 급변화...'한국활동 늘리겠다' 포부도 밝혀
    투자성과 낮고 평판 리스크 여전...'전략' 대신 '애국심 마케팅'
    • 세계 톱 5에는 너끈히 들어가는 사모펀드 'CVC 캐피탈 파트너스'에는 최근 변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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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Debt WireㆍPEI 등)에 따르면 CVC에서 깐깐하기로 소문났던 아시아 매니징 파트너 '로이 콴'(Roy kuan)이 은퇴한다. 대신 인도네시아 및 동남아 투자를 맡았던  '시짓 프라세타'(Sigit Prasetyaㆍ사진)가 아시아 헤드 자리를 채운다.

      일본팀에서는 직전 GE 재팬 회장까지 역임한 거물 '요시야키 후지모리'를 조인시켰다. 인도에서는 뭄바이에 처음으로 새 지역 오피스를 열 계획이다. 어쨌든 중국ㆍ동남아ㆍ일본ㆍ한국 등에 집중 하려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강한 포부를 제시했다. 주된 내용은 "아시아 투자심의 이사회에 한국계가 3명으로 늘었다" , "문재인 정부에서 투자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 "한국에 투자를 늘리겠다" 세 가지다.

      15년 가까운 국내 PE 역사에서 글로벌 톱 브랜드가 한국시장에서 이런 포부를 밝힌 경우는 거의 없다. 지역 사무소를 열 때 보도자료 한 번 나올까 말까. KKR처럼 조단위 수익을 거둬도 질의응답에 겨우 대답하는 정도다. 여러 이유가 꼽히지만 굳이 하나만 찾는다면 그들이 '프라이빗(Private)'을 추구하기 때문.

      어쨌거나 CVC의 한국투자 확대 선언은 국내 자본시장에는 바람직한 일로 평가된다. 문제는 그들의 애정 만큼이나 한국 자본시장은 CVC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점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아예 별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지난 수년간 국내 투자시장에서 CVC에 대한 애칭(?)'이 'Cheap very cheap'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널리 알려진대로 투자성과가 형편 없다. 아래는 CVC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한국투자 기록.

    • 총 7건인데 이 가운데 결국 회사가 못버티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만 2개다. 계속 시장에서 이런 저런 논란을 일으키다 15년이나 걸려 자금을 회수한 건도 있다. 수익은 냈지만 매각 후 과세회피를 여부를 놓고 국세청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대부분 외환위기 직후 투자건이고 남은 건은 KFC 투자가 유일. 두산에서 1000억원을 주고 사서 KG그룹에 500억원에 팔기로 했다. -50%+기회비용. 이외에도 손을 댔다가 좋지않은 결과가 나온 거래도 부지기수다.

      둘째는 평판 문제다.

      그간 CVC가 경쟁입찰에 참여할 때마다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고작 소수지분 투자를 제안하면서 이사회 자리는 2개나 요구한다"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입찰 과정에서 써내는 가격은 모든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았다. Cheap very cheap이란 별명도 그래서 생겼다는 것. 10개가 넘는 인수후보들이 참여한 딜에서 CVC만 1차에서 쫓겨나는 일이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미국 사모펀드들보다 보수적인 유럽 투자문화 때문에 한국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적 구성원에 대한 평판은 더 나쁘다. 전임 허석준(Charles Huh) CVC 한국대표는 KFC 투자과정에 대한 보고와 심의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2년 만에 사실상 해고됐다.

      임석정(Steve Lim) 한국 회장의 평판도 좋은 편이 못된다.

      JP모건 한국대표 재직 당시 그가 주도한 KCC 관련 거래들이 구설수에 오른다. KCC의 2007년 교환사채(EB)발행에서는 내부자거래 혐의로 금융당국과 검찰조사까지 받았다. 수년 뒤엔 그가 나서 KCC를 삼성그룹의 '백기사'(에버랜드ㆍ삼성물산)로 등장시켰는데 이후 주가급락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임 회장과 KCC 정몽진 회장은 1960년생 고려대-조지워싱턴 경영대학원 동문이고, 그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경복고 선후배다.

      이후 CVC로 조인하면서 '정통 IB의 뒤늦은 PE 입성'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로젠택배 투자 논란으로 '실력부족'이란 평가를 받았다.

      반면 경쟁사들은 치열하다. 지금 한국시장에는 난다긴다하는 글로벌 PE들이 투자기회를 확보하느라 혈안이 돼 있다.

      세계 1위 KKR이 작년 8월 한국임원을 충원, LS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거래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뜸했다던 TPG도 이상훈 대표 초청 이후 카카오 드라이버 등 신사업 출자를 다채롭게 검토 중이다. 별 활동이 없었던 베인캐피탈이 소리소문 없이 뚝딱 조단위 거래 (휴젤)를 단행한 게 불과 얼마전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모건스탠리 PE의 활동도 예상된다.

      게다가 국내에는 MBK파트너스ㆍ어피니티 등 한국에 적합한 네트워크와 경험ㆍ노하우를 갖춘 리즈널 펀드들이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로컬펀드들도 조단위 규모를 넘어서며 경쟁대열에 들어섰다. 솔직히 한국 투자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단 점을 감안하면 "이거 너무 경쟁이 치열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CVC의 상황인식을 읽고 있으면 "여전히 안이하다"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 산업의 창의적인 변화를 유도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은 영업이익률이 낮고 서비스산업이 덜 진화했다" 등등의 멘트부터 그렇다. 누구나 아는 얘기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각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CVC가 어떻게 차별화를 선보이겠다는 고민이 없다.

      지금은 국내 로컬 PE들도 변화한 환경에서의 '전략'을 구상하느라 밤잠을 지새우는 상황. "곳간이 풍부하다"고 거드름을 필 때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간 CVC가 보여준 모습이라고 해봤자, 한국 대표인 임 회장의 JP모건 당시 네트워크에 기대 삼성그룹과 현대카드 등에 몇차례 러브콜을 보내고 시큰둥한 반응을 얻는 정도였다. 다른 PE들보다 산업이해도가 낮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CVC는 "훌륭한 경영진, 연평균 5%이상 성장률을 유지하며, 해외에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고르겠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 정도 기업이면 CVC보다 훌륭한 레코드를 가진 글로벌 PE들을 줄 세워놓고 골라가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CVC에게 검토기회나 돌아갈지 의심스럽다.

      결국 CVC가 한국시장에서 내세운 모토래봤자 "아태지역 투자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이 한국계"라는 것 뿐이다.  "그만큼 한국을 잘 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어줍잖은 '애국심 마케팅'인지도 불분명하다. 아태지역 이사회에 한국계가 많으면 한국에 과거보다 과감하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어쨌든 "CVC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