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CEO 덕목 1순위로 떠오른 ‘대관업무’ 능력
입력 2017.06.20 07:00|수정 2017.06.21 10:01
    감독당국 중징계 이후 대관업무 중요성 부각
    신임 이정희 대표 정치권 인맥 좋다는 평
    업계 전체적으로 대관업무 중요도 높아질 듯
    • '김영란 법’ 이후 기업들이 대관업무 축소에 나서고 있지만 사정이 다른 곳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여파로 중징계를 받은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이다. 감독당국의 ‘철퇴’를 맞은 이후 내부적으로 대관업무의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이번 CEO 선임도 이점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일 딜로이트안진은 새 대표로 이정희 세무자문본부장을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83년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해 국내외 회계법인과 경영자문기관 등에서 회계감사, 경영자문, 조세계획 등을 맡았다. 2010년부터 세무자문본부장을 맡으며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외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 자문위원, 재경부 기업과세 및 국세조세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북경협포럼 운영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이 대표 선임배경으론 대관업무 능력이 우선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 중징계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회 등을 찾아가 안진 징계의 억울함을 설명하는 등 정치권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과거 국회의원 출마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라며 “이후에도 정치권과 네트워크를 이어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트너들도 이런 점을 높이 산 것으로 전해진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권, 금융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CEO의 덕목도 변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각 사업부에서 얼마나 실적이 냈느냐가 CEO 선임에 중요 평가요소로 작용했다. 함종호 전 대표의 경우 딜로이트안진의 전신인 아더앤더슨 시절부터 외국계 사모펀드(PEF)와 네트워크를 만들며 시장을 새롭게 개척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인식의 변화가 나타났다. 아무리 실적이 좋더라도 감독기관의 징계 조치를 받으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한 빅4 회계법인 파트너는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까지 나서며 정치권 설득에 나섰음에도 의견 반영이 잘 안된 측면이 있다”라며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들도 정치권을 비롯해 금융당국에 의사 전달 통로가 없음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빅4 회계법인에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사태가 비단 딜로이트안진에만 국한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적으로 분식회계의 모든 책임을 회계법인에만 떠 넘긴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이런 목소리를 외부에 전달하는 것도 경영진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다른 회계법인 파트너는 “파트너들 사이에서 정치권 네트워크를 어떻게 쌓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앞으로 CEO가 되기 위해선 기업뿐만 아니라 규제기관, 정치권과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