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철수하지 못하는 세가지 이유
김은정 기자 | ejk0829@chosun.com | 2017.07.13 07:00
Edited by 이도현 팀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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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롯데월드' 건설 사업 손실 날까 우려
중국 시장 축소경영…해외사업 동력 약화시킬 것
해외 대규모 구조조정 선례도 드물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4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인 롯데그룹이 감당해야 하는 유무형의 손실도 계속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 철수설이 불거지고 있지만, 롯데는 투자 기조를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롯데가 중국 사업을 대폭 축소할 수 없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롯데의 중국 내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들이 쉽게 손을 뗄 수 없는 수준의 궤도에 올라가 있다.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 이마트와 달리 롯데는 중국 유통 부문에서도 100개가 넘는 점포들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시장 철수로 전체 해외 사업 동력이 약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대규모 구조조정의 실패에 대한 걱정도 롯데의 중국 사업 전략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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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중국 할인점 사업부는 올 3월 중국 정부의 영업정지가 내려진 이래 매달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현재 중국 롯데마트 99곳이 영업 중단 상태다. 선양·청두에 건설 중인 5조원대(합산 규모) 복합상업단지도 공사를 멈췄다. 중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면세사업 손실을 포함하면 올 상반기 롯데그룹의 매출 손실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는 중국법인에 대한 자금 수혈 외에 달리 묘수가 없다. 다음달 열릴 한·중 정상회담이 분위기 쇄신의 분수령이 되길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사드 여파가 장기화하고, 그룹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롯데가 강하게 부인한 '중국 철수설'은 쉽게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사드 사태와 무관하게 롯데의 중국 사업은 해마다 2000억~3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보고 있었다. 사드 사태로 사업 철수에 방아쇠가 당겨지는 게 아니냐는 의문 제기는 불가피했다.

롯데는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어 중국에서 쉽사리 철수할 수 없는 상태다. 2014년 심양 복합유통단지가 문을 연 데 이어 현재 3조원 규모의 '롯데월드 청두'를 한창 건설 중이다. 선양에도 1조원 규모의 '롯데타운 선양'을 짓고 있다. 모두 여러 계열사가 한데 뭉쳐 주거·사무용 빌딩을 비롯해 영화관, 쇼핑몰, 호텔 등의 상업 시설을 짓는 '중국판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롯데가 중국 부동산 개발 투자에 대한 사업성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중국 부동산이 위험 자산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하더라도 임대 사업만큼은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매입을 통해 유통사업의 수익 모델을 구축했던 방식을 중국에서도 고스란히 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부동산 사업 계약을 파기하는 데 따른 손실도 크다. 롯데는 2008년 선양 프로젝트의 첫 삽을 뜨기 전부터 중국 내 부동산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2012년 청두 프로젝트의 주체인 롯데산업개발이 청두시에 6만6116㎡(2만평)에 달하는 상업용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2013년엔 심양시 땅의 부동산 소유권도 확보했다. 통상 부동산 사업은 장기 계약 기반인 경우가 많다. 심양 부동산의 경우 소유권이 50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부동산 역시 장기 계약이 맺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 등에 따른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유통 부문 또한 점포 수가 117개에 달하고 있다. 얼마 전 마지막 남은 중국 점포들을 모두 정리한 이마트와 달리 롯데가 중국 사업의 또다른 축인 유통 사업을 정리할 수 없는 대목이다.

중국 시장 철수는 자칫 해외 시장 전체의 실패로 읽힐 우려가 있다. 롯데는 호텔롯데, 롯데면세점 등이 앞단에 서 해외 사업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경영권 분쟁 등 그룹 이슈로 소원했던 화학 부문의 인수·합병(M&A) 등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사업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 혹은 철수는 해외 투자자들로 하여금 롯데 해외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렸다는 신호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각종 해외 투자 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중국에 펼쳐 놓은 각종 유통 사업들이 한순간에 힘이 빠진다면 해외 사업 확장에 있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라며 "사드 사태로 잡음이 많은 와중에도 중국 사업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성을 그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유통사가 해외에서 진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의 선례가 없다는 점도 롯데가 중국 시장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또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통업 구조조정은 손실 폭과 차입금을 줄이는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롯데가 특별히 모방할 만한 해외 구조조정 사례(유통업)가 없다"라며 "롯데가 중국 점포들을 과감히 통폐합하며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로 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대대적인 중국 시장 축소에 나선다 해도 뒷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미 신인도가 훼손돼, 현지 기업들이 롯데의 손을 다시 잡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20여년간 기다려 온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사드 사태 이후 어떻게 끌어올릴지도 미지수다. 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롯데마트가 언제 영업을 재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현지 업체들이 롯데와의 상품 거래 계약을 줄줄이 파기하고 있고, 현지 직원들도 롯데마트로 복귀할 의지가 크지 않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7월 09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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