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가 주도하는 M&A?…실효성은 '글쎄'
입력 2017.07.21 07:00|수정 2017.07.24 17:31
    [취재노트]
    •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기업 인수·합병(M&A)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M&A중개망'을 개설했다. M&A를 전문분야로 하는 중개·투자·협력기관과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이 M&A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오픈 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이 플랫폼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인지도는 여전히 낮고 성과도 미미하다. 전문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유인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보안과 비밀유지가 필수인 M&A의 속성을 배제하고 추진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지난 12일. 거래소는 다시 한 번 중개망 활성화를 위해 등록된 M&A 전문기관 실무진을 불러 간담회를 개최했다. 증권사(6곳)·회계법인(4곳)·은행(2곳)·자문사(5곳) 등 중개기관과 벤처캐피탈(5곳)·사모펀드(3곳)·공제회(4곳) 등 투자기관, 법무법인(5곳)·한국성장금융·비즈하스피탈 등 협력기관이 대상이었다.

      거래소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6월 문을 연 M&A중계망이 지난 1년 동안 392곳의 회원을 유치했고, 181건의 M&A 매물이 등록됐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M&A중계망이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인지도를 높여 연착륙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1년간 거래실적은 9건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했다.  거래 규모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실제로 M&A 물건으로 설명된 기업들의 경영권을 수반한 거래(Buyout) 규모는 대부분 30억원 미만이었다. 투자 유치의 경우 10억원 미만의 소액투자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중개하는 업체나 투자하는 업체 모두 들이는 품에 비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거래소가 선정한 M&A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간혹 매수자와 매도자 측에서 연락이 와 M&A 및 투자유치에 관련한 문의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거래 성사로 연결되는 사례는 드물다"며 "현재까진 금융시장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들을 대상으로 M&A 절차와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전문기관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발로 뛰어 M&A가 필요한 기업을 물색하고, 그렇게 얻은 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내는 M&A의 속성을 십분 활용하고 있는 중개업자나 투자자들이 공개적인 시장(場)에서 매물을 찾아 나서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수 곳의 M&A중개소 업체들 또한 여전히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업 입장도 마찬가지다. 금융시장 접근이 어려운 소규모 업체들을 차치하고, 비교적 규모가 큰 또는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기업이 과연 '매물 장터'에 나서겠냐는 지적도 있다. 투자 유치또는 M&A에 실패한 기업의 '낙인'은 오래 남는다. 어찌 보면 투자자들이 이러한 위험성(리스크)를 감수하고 매물로 등장할 기업들에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거래소가 부여하는 이점도 물론 있다. 전문기관이 추천한 기업이 기업합병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하거나 우회상장을 할 경우 거래소에선 심사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 M&A중개망의 M&A 실적이 단 1건에 불과했던 지난해 10월, 드림시큐리티와 신한2호 스팩이 합병할 당시 거래소는 합병상장특례(Fast track)을 적용했다. M&A중개망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할 즈음 올린 실적이었다. 거래소가 심사하고 승인하는 스팩의 상장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다만 애초 취지와 달리 M&A중개망이 합병상장특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중개망 전문기관 한 관계자는 "중개망을 통하면 정책자금을 지원이나 수수료 혜택이 있든지, 어떤 방식으로든 혜택이 있어야 하지만 투자규모도 작고 (돈도 안 되는데) 받는 이점이 없다 보니 투자 유인을 느끼지 못 하는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반면 안전장치도 부실하다. 거래소의 역할은 전문기관과 기업의 연결고리에 불과하다. 자문과 실사, 금융 및 법률지원은 모두 전문기관의 몫이다.

      향후 기업의 부실이 드러나거나, M&A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모두 전문기관 차지다. 이는 지난해 M&A 주관업무 자격을 두고 국내 증권사와 회계법인이 치열하게 논란을 벌였던 쟁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중개망이 M&A의 속성을 무시한 전형적인 '거래소 스타일'의 사업이란 비판도 있다. '장(場)을 마련했으니 알아서 거래를 해보라'는 식으로 추진한 중개망의 성과는 여전히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M&A중개망이 진정 실효성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기업 유치와 더불어 돈가방을 싸매고 찾아올 수 있는 투자자 유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거래소가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내년 간담회서도 여전히 '성과도 없는 보여주기 식' 사업이란 비판이 나올게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