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정리 속도낸 SK텔레콤…中 공백 피하려는 SM엔터테인먼트
입력 2017.07.24 07:00|수정 2017.07.25 09:40
    애물단지 SK플래닛 자연스럽게 정리 시작한 SKT
    신산업 급한 SM엔터, 광고사업 진출로 일단 외형 키워
    • SK텔레콤(SKT)과 SM엔터테인먼트(SM엔터)의 자회사 교차거래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회사는 통신과 엔터 사업자로 사실상 그동안 접점이 넓지 않았다. 대내외적으로 양사가 인공지능(AI)과 한류 콘텐츠 제작이라는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는 스토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SKT와 SM엔터가 큰 돈을 들이지 않은 이번 거래로 각각 SK플래닛 정리작업과 신사업 진출이라는 실속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SKT와 SM엔터는 자회사 지분 교차거래를 단행했다. SKT는 SM엔터의 주요 자회사인 SM C&C의 2대 주주(23.4%)가 됐다. SM엔터는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을 인수한 SM C&C를 통해 광고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SKT와 SM엔터는 SKT의 자회사 아이리버와 공동 출자한 회사 SMMC의 합병 및 유상증자도 성사시켰다. SKT와 SM엔터는 각각 합병 신설 회사의 최대 주주(46.0%), 2대 주주(20.6%)가 됐다. SKT와 SM엔터가 이번 거래에 순수하게 투자한 돈은 각각 250억원, 110억원이다.

    • SKT는 이번 거래로 애물단지였던 자회사 SK플래닛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작업을 완료했다. 2011년 설립된 SK플래닛은 SK그룹 내 비(非)통신 플랫폼 분야에 집중해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SK플래닛은 3600억원대 적자를 내는 등 모회사인 SKT의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SK플래닛 내부에선 SKT가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SK플래닛 직원 800명을 구조조정할 것이란 루머마저 나왔다.

      SKT는 SK플래닛 내에서 그나마 알짜 사업부문으로 꼽히던 광고사업부문을 SM C&C에 넘기면서 SK플래닛을 털어낼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SKT는 광고사업부문을 넘긴 SM C&C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주요 주주가 됐다. 광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닌 셈이다. 결과적으로 SKT는 SM C&C로부터 배당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SK플래닛에서 나가던 고정비 부담을 줄이게 됐다. SK플래닛 직원 280명이 SM C&C로 자리를 옮기기 때문이다.

      SKT의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실이 거래를 직접 주도했다는 점 역시 이런 해석에 힘을 실리게 하고 있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SKT에서 먼저 딜 구조를 짠 뒤 SM엔터에 제안했고, SK플래닛은 (거래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통보받았다"며 "지난해 SK플래닛이 중국 등으로부터 투자유치에 실패한 이후 사실상 의사결정권을 SKT에 넘겨줬다"고 덧붙였다.

      그룹 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장동현 SKT 전임 사장과 서진우 전 SK플래닛 사장이 회사를 운영할 땐 각 사장의 그룹내 위상이나 연배가 비슷하다보니 통신 본업은 SKT가, 플랫폼은 SK플래닛이 분담하는 구조가 이어졌다"며 "하지만 연말 인사 이후 SKT에 박정호 사장이 부임하고, SK플래닛은 서성원 사장이 내부 승진하면서 의사결정 구도가 SKT로 쏠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 입장에서도 얻은 게 많은 거래라는 평가다. 우선 중국 사업 공백으로 인한 부정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카드가 됐다. SM엔터는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지연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중국에서 사실상 손발이 묶였다. 새로운 수익원을 어디서 찾을 것이란 투자자들의 성토도 이어졌다.

      SM엔터는 홍콩에 위치한 자회사 드림메이커를 통해 올해 초 중국 정부로부터 엔터 사업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등 활로 모색에 나섰다. 일본을 제외한 국내 및 해외에서 공연·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는 드림메이커를 통해 중국 현지 공연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키우겠다는 의도였다. 중국 시장은 매출 측면에서도 성장 잠재성이 있었다. 2016년 SM엔터 전체 연결 매출에서 중국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다.

      한 증권사 엔터 담당 연구원은 "하반기 중국 공연 일정이 전무해 안팎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했다"며 "YG-네이버, FNC엔터-중국 쑤닝유니버셜미디어, IHQ-디즈니 A&E처럼 SM도 대기업과 뭔가를 하고 있다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광고사업 부문 인수로 인한 외형 성장과 사업 다변화 효과도 예상된다. SK플래닛의 광고사업 부문을 인수한 SM C&C는 당장 외형이 2배 넘게 커질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큰 매니지먼트 사업 위주였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숨통도 트일 것으로 보인다.

      SM엔터 경영진 내부에선 매니지먼트·엔터 사업에 안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임원들 사이에선 AI(인공지능)에 대한 스터디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후문이다. SM엔터는 지난달 미국 AI전문기업 오벤(ObEN)과 공동투자해 합작법인(JV) AI스타즈를 설립하기도 했다.

      다른 증권사 엔터 담당 연구원은 "SM 등 연예기획사들은 항상 머리가 굵어진 톱스타들 때문에 속앓이가 심하다"며 "톱스타 반열에 오르면 기획사가 을(乙)이 돼 계약구조상 들어오는 수익은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복잡한 이번 자회사 교차거래의 핵심은 SK플래닛 구조조정에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가 합병 신설회사 아이리버-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전장 음향까지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내놨지만 아직 밑그림에 불과하다는 후문이다. SM엔터 역시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했다기 보단 대기업과의 연결고리가 시장에 줄 긍정적인 시그널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