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채권 인력 영입하고 싶지만…'계륵'될까 고민
입력 2017.07.25 07:00|수정 2017.07.26 15:35
    [취재노트]
    • SK증권이 'SK' 간판을 떼어낼 날이 머지않았다. 이르면 보름 후 호반건설, 케이프투자증권 그리고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 중 한 곳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될 전망이다.

      더이상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에 몸담지 않게 된 SK증권 직원들에게 과거 그대로의 로얄티(충성심)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실제로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SK증권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채권 시장(DCM) 부문의 일부 인력이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증권 IB 부문 직원 수는 현재 51명이다. 별도 조직으로 독립된 PE 부문의 직원 수까지 합하면 IB 인력은 총 67명에 달한다. 연초 인력 이탈이 있었던 PE 부문과 경쟁력이 약한 주식시장(ECM) 부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외부에서 탐낼만한 인력은 회사채·유동화 증권 주관이나 인수 업무를 담당하는 DCM 인력이다. 이들 중 한 해 수조원에 육박하는 'SK' 물량을 맡는 전담 인력은 10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몇몇 중소형 증권사에선 이 DCM 인력을 영입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인해전술을 티 나지 않게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새로 유입될 인력이 과연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기도 하다.

      채권 시장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품는 배경은 명료하다. SK증권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인력이 다른 증권사로 이동했을 때 'SK'와 관련된 인적·물적 네트워크가 수반될 수 있느냐의 여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채 시장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SK증권이 SK 계열사 채권 발행을 두고 과거엔 대형 증권사들과 바터 거래(물물교환)를 하곤 했다"라며 "시장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그런 시스템하에 있던 직원들의 네트워크가 오랜 기간 효력이 있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증권이 실적이 썩 좋았던 상황도 아니고 과연 그 직원들이 SK 계열사의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며 "인수 주체가 (증권업에 대해)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냐에 내부 인력을 활용해 낼 수 있는 결과에도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과거 LG투자증권이 매각된 사례와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투자증권은 1998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 된 이후 우리금융지주에 넘어갔던 터라 회사채 실무자들도 LG와의 연결고리가 약했다"라며 "SK증권처럼 직접적으로 계열사 영업과 고리가 묶여있는 경우엔 실무진들의 영향력이 막상 별로 없기도 하고, 다른 증권사 실무진과 원활한 소통이 어렵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SK증권의 실질적인 인력 이탈이 없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SK증권 내부 조직에 이미 구심점이 생겨 매각되더라도 직원들의 이동이 적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서로 간에 구심점이 있던 조직들이다 보니 다른 증권사나 금융 기관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일부만이 SK증권 DCM 인력의 경쟁력이 과거만큼 유지될 것이라 믿고 있는 분위기다. 한 중소형 증권사 회사채 담당 임원은 "SK를 전담했던 인력과 SK와의 연결고리가 매각 이후에 완전히 끊어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이직을 희망하는 DCM 인력 중 2~3명 정도를 영입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SK증권의 IB 인력을 둘러싼 이런 현상은 앞으로 다가올 대기업 계열의 증권사 매각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 중인 하이투자증권 등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또다른 회사채 시장 담당자는 "매각될 증권사 조직에서 나가려는 IB 인력과 이들을 데려오려는 증권사 관계자들 모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DCM 부문처럼 새 인력을 충원해도 자체 수익이 크게 증가하기 어려운 사업부를 중심으로 고심이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