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실험 실패…하이닉스만 바라보는 SK텔레콤
입력 2017.07.26 07:31|수정 2017.07.28 17:19
    미래 먹거리 오랜 고민…플랫폼 사업 다시 흡수하는 등 초조한 모습
    계열사 간 '딥 체인지' 경쟁에도 명확한 해법 보이지 못해
    최태원 회장 및 그룹 관심은 온통 '반도체'로
    그룹 내 존재감 회복 둔 고민…구조조정 속도전 배경으로도 언급
    • SK텔레콤(이하 SKT)이 7년간의 SK플래닛 '실험'을 마무리짓고 있다. 광고사업 매각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고, SK플래닛에 전담시켰던 플랫폼 사업도 흡수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에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요구하고 있고, 해법을 찾기 위해 비통신 영역에서 다시 원점에 섰다는 평가다.

      그 사이 자회사 SK하이닉스의 그룹내 위상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2위권 D램 제조사로 부상했고 그룹의 의사 결정 중심에도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 SKT 입장에선 그룹 내 존재감 회복을 위해 SK하이닉스 의존도를 높이고 지배력도 유지해야 하는, 쉽지않은 과제가 남게 됐다.

      SK플래닛은 광고사업부문을 떼어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의 자회사 SM C&C에 매각했다. 이후 SKT가 직접 SM C&C에 출자해 2대 주주가 됐다. SK플래닛이 손을 떼고 SKT가 직접 SM엔터와 사업을 꾸려가는 모양새다. 양 사는 SKT의 자회사 아이리버에도 자본을 투입해 힘을 실었다.

      거래 관계자들은 거래의 핵심으로 'SK플래닛에 대한 구조조정'을 꼽는다. 이번 거래로 SK플래닛 내 광고사업부문 약 280여명은 SM엔터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SKT 입장에선 자회사 SK플래닛의 고정비 부담을 줄이게 됐다.

      자회사의 구조조정 작업을 SKT 내 '박정호 사단'이 주도하면서 교통정리에 속도가 붙은 모습이다. 매각 작업은 SKT 내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PM)실에서 진두지휘했다. 올해 인사에서 SKT엔 그룹 내 영향력이 큰 박정호 사장이 부임하고, SK플래닛은 서성원 현 사장이 내부 승진하면서 양 사 대표간 무게감의 균형도 깨졌다. SK플래닛은 11번가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논의해 온 롯데·신세계와의 합작, 외부 자본 유치 등이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SK플래닛 측은 11번가의 분사 후 매각에 대해 공식 부인했지만 향후 SKT 주도의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자회사 구조조정이 단행된 이후에도 어디까지나 ‘원점’에 선 것일 뿐, SKT의 미래 먹거리 고민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딥 체인지 2.0’을 내세워 M&A 등 각 계열사 사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각 계열사 사장들의 경영평가(KPI)에도 변화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반영시켰다. 코스피(KOSPI) 200 상승률 대비 계열사 주가가 8.5% 이상 상승할 경우 'S' 등급을 부여하는 방침을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평가가 갈리지만 배터리 부문에 조(兆)단위 투자 계획을 밝혔고,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SKT는 자체적으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신사업을 내놓고 있지만 명확한 성과로 나타나진 못했다. 이러다보니 그간 SK플래닛이 전담해온 플랫폼 사업을 SKT에서 조직을 다시 꾸려 내재화하는 등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이다.

      그룹내 관계자는 “SKT가 올 4~5월 정기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집중할 미래사업을 못 정하다 보니 사실상 직원들은 상시 조직개편이 이뤄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라며 “실제로 사업 조직 해체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내부에선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SKT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영역에서 자회사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태원 회장 등 그룹 경영진의 관심과 의사결정은 이미 '반도체'로 쏠리고 있다.

      그룹 내 다른 관계자는 "최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갈망이 상상 이상이고, 최근에도 글로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며 "개인 입장에선 통신·정유를 바탕으로 국내 4대 그룹으로 키웠지만, 해외에 나가면 조그만 나라의 통신 재벌 취급을 받았었는데 요즘은 사석에서 하이닉스 얘기를 하면 세계 반도체 2위권 회사다보니 사람들이 자세를 고쳐 앉다보니 이에 대해 흡족해 한다고 전해진다"고 귀띔했다.

      현재까진 박정호 SKT 사장이 그룹내 영향력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메가딜이었던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에서 자문사 선정 등 주요 결정은 SKT 내 PM실 등 소수 인물을 통해 이뤄졌다. 명목상 인수 주체인 SK하이닉스의 역할은 초반 실사에 불과했다.

      다만 박정호 사장의 역할은 SKT의 본업인 통신업 강화보다는 최 회장의 '의중'에 맞춘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사내에서 중·장기적으로 통신업을 육성하기보단 언제든 수펙스협의회 등 그룹의 일을 하기 위해 이동할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KT 입장에선 박정호 사장 이후 공백에도 대비해야 한다. 지난해까지 SK㈜의 공동 사장으로 경쟁해온 조대식 수펙스협의회 의장과의 주도권 경쟁도 현재진행형이다.

      SKT 내부의 동요도 잠재적 고민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임원진들과 기존 통신 사업을 담당해온 인사간 긴장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그룹 관련 M&A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현재 SKT 내에서 ‘반도체’ 사업을 이해하는 인력은 과거 하이닉스 인수 당시 참여했던 노종원 현 PM1실 실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라며 “그러다보니 박정호 사장도 부임하며 노 실장 등 SK C&C 내 핵심 인력과 함께 이동했고, 이들과 기존 통신 임원들과의 긴장감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