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TV '전략 부재' 드러난 삼성…10兆 들여 격차 벌리는 LG
입력 2017.08.02 07:00|수정 2017.08.07 09:18
    'LCD+마케팅'으로 대응해온 삼성…전략 유효기간 다했다는 평가
    10조 들여 격차 벌리려는 LG
    윤부근·김현석 가전부문 '투톱' 전략부재 책임론도
    •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경쟁사인 LG전자의 'OLED TV'가 전사 실적을 끌어올린 점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기술력 격차를 마케팅으로 보완해온 삼성전자의 전략이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한다. 삼성 입장에선 퀀텀닷, 이른바 QLED TV 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OLED TV와 경쟁해야 하지만, 양산은 물론 개발 시기는 미궁 속이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내에서 존재감이 옅어진 TV 사업 위상에 대한 고민도 이어질 전망이다.

      2분기 삼성전자 CE(소비자 가전) 사업부는 매출 10조9200억원, 영업이익 32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이익이 68% 감소했다. 시장에선 CE사업부 중 TV사업을 담당하는 VD사업부의 부진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VD사업부의 실적을 CE사업과 합산해 발표해 공식적으로 TV사업의 실적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VD사업부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같은 기간 LG전자의 가전 및 TV 사업에서의 호실적과도 대비됐다. 2분기 LG전자의 가전 및 TV 사업(HE사업본부 및 H&A사업본부) 합산 매출은 9조4867억원으로 삼성전자 대비 적지만, 영업이익은 1조원에 달한다. 특히 2분기 TV사업에서 8%가 넘는 영업이익율을 기록하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 이처럼 대조된 성과를 보이면서, 각 사의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갈렸다. 삼성전자는 VD사업부의 부진을 타개할 신사업 설명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회사는 88인치 QLED TV 출시, 극장용 LED 등 신제품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LG전자 컨퍼런스콜에서는 경쟁사 대비 두드러진 호실적을 거둔 배경과 지속 전략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전일 OLED TV용 패널 설비에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LG디스플레이의 투자 발표 맞물려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오는 2019년 중국 8.5세대 OLED 설비가 가동될 경우, 공급량 확대를 바탕으로 OLED 패널 가격도 낮출 수 있다. 이 경우 LG전자 입장에선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TV 수익성이 개선될 뿐 아니라, 향후 가격을 낮추는 마케팅에도 한 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점차 벌어지는 양 사의 격차에 대해 업계에선 삼성이 마케팅으로 가려온 근본적인 전략 부재가 한계로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전자업계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의 TV 선택 기준은 최우선순위가 브랜드, 마케팅이고 기술력은 그 다음이란 점에는 삼성의 접근이 일정부분 맞았다"라며 "다만 지난 3년이 넘는 시간을 LCD에 필름을 입힌 제품을 'QLED'로 이름 붙여, 마케팅으로 OLED TV에 대응해왔지만 아예 LCD와 기술이 다른 OLED TV가 가격을 낮춰 시장에 자리잡으면서 삼성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OLED를 거치지 않고 상위 신기술인 QLED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LG전자의 OLED TV의 기술력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미국 퀀텀닷 소재 업체인 QD비전을 인수하는 등 특허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까진 아직 '미지의 영역'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작은 패널의 제품조차 공개되지 않고, 양산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삼성이 퀀텀닷(QD) 컬러 필터 제품을 내놓겠다고 얘기 했지만, 아직 성능면에서 OLED를 뛰어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 받아왔던 마케팅도 최근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LG전자가 1분기 이후 OLED TV 가격을 30% 가까이 인하하며 QLED TV와 유사한 가격까지 맞췄지만, 삼성은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도 "올해 삼성이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전처럼 LG전자에 결정에 맞춰 단가인하를 안한 점이 의아하다"라며 "외부에서 보기엔 중요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결국 OLED TV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이 없는 삼성전자  VD사업부가 내년부터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도 다시 한 번 거론되고 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따로 요청은 없었지만, 요청이 온다면 고객사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 내부에서 양산을 위한 ‘상품 과제’가 선행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경영진이 프리미엄 전략 실패를 인정한 후 뒤늦게 OLED TV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울 분위기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윤부근 CE부문 사장, 김현석 VD부문 사장이 '11년간 TV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삼성전자 내에서 위치를 공고히 했지만, 프리미엄 부문 전략 부재에 대한 책임론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