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이재용' 암초 만나나...멀어지는 금산분리 논의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7.08.09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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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대기업 위해 금산분리 논의' 의혹
與, 규제 완화 논의에 회의적…"대법 판결 전엔 힘들수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금산분리 완화' 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이례적인 중형(12년) 구형 이후 논의가 더욱 닫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재판 과정에서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문제가 이슈화한 까닭이다.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출범했지만,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율 규제(10% 이내)를 해소해줄 법령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금융위원회가 중심이 된 은행법 개정은 실패했고,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조율 실패로 인해 관련 법안이 난립하고 있다.

현재 발의돼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있는 인터넷은행 관련 법안만 5건이다. 2건은 은행법 개정안, 3건은 인터넷은행특례법이다. 이마저도 국정농단 사태에 이어 조기 대선이 치뤄지며 수 개월간 논의가 중단됐다.

올 하반기엔 논의 재개가 기대됐지만, 지금은 이런 기대마저 한풀 꺾인 상태다.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기본적인 공감대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관전평이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 관련 재판은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켰다. 청와대는 지난달 경내에서 '경제민주화 금산분리 규제완화 지원'이라고 적힌 문건을 발견했다. 이전 정권의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는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명기돼있었다.

특검은 이 문건 등을 바탕으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삼성그룹 측에선 이를 완전히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에서 특정 대기업을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 했다는 의심이 제기된 이상, 이번 이 부회장 재판이 끝날 때까진 금산분리 논의 진척이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여당인 민주당부터 금산분리 완화에 회의적이다. 금산분리에 포함되는 개념이자 인터넷은행 이슈와 직결된 '은산분리(은행-산업자본 분리) 원칙 고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지금 당장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인터넷은행 관련법안이 논의된다 해도, 통과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과 관련된 규제 완화는 올해는커녕 이번 국회 회기 내 처리될지조차 의심스럽다"며 "대다수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보단 최근 발표된 부동산대책의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은행이 마주한 영업력의 한계는 대부분 제도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은행은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업 규모가 제한되는데, 금산분리 완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손발이 묶인 것이다.

공격적으로 대출 자산을 늘려가던 케이뱅크는 자본이 발목을 잡으며 출시 석달만에 '직장인K신용대출' 등 주력 상품 일부를 판매 중단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공식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아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축소하며 일부 사용자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은행은 모든 주주가 지분율을 유지하며 추가로 출자하는 균등증자 외엔 자본을 늘릴 해법이 없다"며 "추가출자를 원하지 않거나, 초과출자를 원하는 등 개별 주주의 이해 관계가 갈리면 케이뱅크처럼 상당기간 공회전 상태에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8월 08일 17:5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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