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IPO 심사…정찬우 이사장 거취 문제 탓?
입력 2017.08.10 07:00|수정 2017.08.11 14:51
    7월말까지상장심사 미승인 건수만 7건
    이사장 교체 가능성 커지면서 조직 어수선
    책임소재 피하려 상장심사 더욱 깐깐해졌단 평가
    •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승인, 심사철회 건수가 최근 들어 부쩍 늘었다.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가운데, 직원들이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최근 들어 거래소의 상장심사 미승인, 철회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심사 미승인 건수는 7건, 심사철회 건수는 8건에 달했다. 2015년과 2016년 같은 시기 심사 미승인 건수는 각각 3건과 2건에 그쳤다. 특히 심사 미승인 건수가 전년대비 크게 늘었다.

    • 이를 두고 증권사 IPO 담당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있을 법한 청구 건에 관해 거래소가 심사를 미루거나 미승인하는 건수가 많아졌다는 말들이 나온다. IPO 담당자를 불러 심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거래소에서 IPO 청구 기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심사 할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라며 “4월 이후 거래소 심사가 매우 깐깐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배경으론 거래소 인사가 지목된다.

      정찬우 이사장은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다.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는 정 이사장이 최순실 씨의 청와대 인사 청탁에 따라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정 이사장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친박계로 불리는 정 이사장은 이번 정권 들어 교체가 유력하다는 평이 나온다.

      정 이사장의 거취가 불안정하자 거래소 인사도 멈췄다. 거래소는 이사장 밑에 경영지원본부,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시장감시본부 총 다섯 개의 본부가 있다. 이 중 코스닥시장본부 김재준 본부장의 임기가 만료된 상태이지만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심사를 담당하는 실무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사장을 비롯해 본부장 등 경영진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몸을 사리고 있다. 행여 문제가 불거질까봐 보수적으로 심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거래소의 상장심사 문턱이 너무 낮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임 최경수 이사장 시절 거래소가 상장 건수 늘리기에 열을 올리면서 2014년에는 청구된 상장심사의 90%가 통과됐다. 최 이사장 취임 전인 2012년에는 상장심사 통과 비율이 56%에 불과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그간 거래소 심사 문턱이 너무 낮았던 데다 경영진 교체 시기와 맞물려 실무진들이 몸 사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