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후 다시 주목받는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삼성 리스크'는 여전
입력 2017.08.16 07:00|수정 2017.08.18 10:53
    스마트폰 회복기미에 생존 업체 수주 기대감 커져
    "실적 변동성 높아"… 전방산업 부침에 구조조정 가능성 '상존'
    • 2013년, 갤럭시S3를 정점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 몫이 됐다. 이후 산업 구조조정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업체가 쓰러졌다.

      수년이 지난 현재, 갤럭시S7과 S8 출시를 기점으로 삼성전자 모바일(IM) 사업부가 재기의 움직임을 보이자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부품업체들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부품의 공급과잉 현상이 잦아들어 스마트폰 부품 산업은 다소 안정기를 맞은 모습이다. 다만 언제 닥칠지 모를 '삼성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마트폰 중 최대 성공작이라고 불렸던 갤럭시S3의 출시 이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IM)는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3년 최고 실적을 기록한 IM사업부는 갤럭시S4와 갤럭시S5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판매가 부진하고 갤럭시탭을 비롯한 태블릿PC가 인기를 끌지 못하면서 이듬해 어닝쇼크를 맞았다. 당시 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20%에 가까웠던 모바일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2017년엔 5%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 이에 삼성전자는 협력업체 수를 대폭 줄이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례로 2013년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패널(TSP)을 공급하던 업체는 약 7곳에 달했지만, 꾸준한 구조조정으로 현재는 2~3곳밖에 남지 않았다. 부품 발주량을 줄이고, 수익률을 조정해 자연스레 협력업체의 수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삼성전자로부터 꾸준히 수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들은 생산설비를 늘리며 대규모 투자에 나섰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고 청산하거나 외국기업에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멜파스·모린스·디지텍시스템즈 등 중소·중견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간 곳들은 얼마전까지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지만 최근 들어 턴어라운드가 가시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부품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터치스크린패널을 공급하는 이엘케이는 수년간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스마트폰 판매가 호황일 당시 1만9000원까지 기록했던 주가는 계속 하락해 최저 7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엔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엔 외국계 사모펀드(PEF)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연성회로기판을 납품하는 비에이치와 인터플렉스 또한 상황이 비슷하다. 2013~2014년 동종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이 부진하면서 수많은 협력업체가 도산하거나 중국 기업 등에 경영권을 넘기며 그 수가 굉장히 많이 줄었다"며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부품은 갈수록 진화하는데 구조조정 이후 이를 납품할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몇 안 되다 보니 몇 곳에 발주가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구조조정 당시 매물로 나왔던 기업들은 '삼성전자로부터 외면받았다',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낙인 때문에 국내에선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중국 등 기술력이 다소 부족한 국가의 기업을 대상으로 새 주인을 찾아야 했던 상황이다. 최근 투자자들의 시각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투자한 국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시달릴 당시 금융권에선 협력업체들의 투자 리스크 점검, 은행권에선 여신 점검 및 축소가 화두였지만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전방산업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구조조정 이후 살아남은 업체들은 오히려 수주가 더 용이할 것이란 판단도 있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다소 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삼성전자의 납품가 조정과 발주 물량 조정 등 소위 '빡빡한' 관리 탓에 협력업체의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다수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에 크게 못 미친다. 삼성전자와의 관계 유지가 기업 존폐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자, 언제든 그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을수록 불안감은 더 크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수주 물량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적이 급락할 수도 있다"며 "전방산업의 부침에 따라 구조조정 가능성이 있어 삼성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