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포기하기 못내 아쉬운 부동산PF
입력 2017.08.17 07:00|수정 2017.08.18 10:52
    중소형證, 우발채무 규모 감소... 신NCR이 원인
    부동산PF, 대형사와 경쟁 가능한 분야...포기 아까워
    당국 규제에도 꾸준히 PF사업 펼쳐나가는 모양새
    •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규모를 줄이면서도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수익성도 수익성이거니와, 중소형 증권사 입장에서 대형사들과도 경쟁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분야가 부동산PF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본건전성 지침에 따라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수순이지만, 완전히 손을 놓을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부동산PF 투자 규모는 지난해부터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기존에 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가 높다는 지적을 들은 증권사의 우발채무가 대폭 줄었다. 2015년 1조3100억원이었던 교보증권의 채무보증은 2016년에는 9400억원이 됐다. 같은 기간 하이투자증권은 1조1800억원에서 9200억원으로 22%, 현대차투자증권은 1조200억원에서 7400억원으로 28% 감소했다.

      새 순자본비율(Net operating Capital Ratio·NCR) 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NCR은 영업용순자본비율(구NCR)과 달리 비율이 '자기자본'의 수준에 따라 좌우된다. 이 때문에 자기자본이 많은 대형사는 개편 후가 유리하지만, 중소형사들은 오히려 불리해졌다. 금융당국은 신NCR을 도입하면서 일정 수준 이하의 수치를 보이는 증권사들에게는 장외 파생상품 매매 중단 등 각시정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제도 개편 후 중소형 증권사들의 투자 여력은 줄었다. 2015년 말 교보증권의 구NCR은 397%였지만, 신NCR을 도입한 직후인 2016년 1분기에는 323%로 하락했다. IBK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480%에서 327%로 3분의 1 가까이 NCR이 깎였다. 대형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신NCR 도입 전 428%에서 도입 후 2074%의 비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KB증권, NH투자증권 역시 새 지표를 사용한 뒤 비율이 2~3배 가량 높아졌다.

      신NCR 기준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PF를 비롯해 리스크를 짊어지는 투자 활동을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NCR 도입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은 위험투자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중소형사는 먹거리가 더 부족해지고, 대형사는 위험투자할 여력이 더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소형 증권사들 입장에서 부동산PF는 여전히 포기하기 아까운 수익원이다. 전통적 업무인 리테일만 해도 지점 수, 전산 시스템 등 대형사일수록 갖춘 요소가 많아 유리하다. 자기 자본이 넉넉해야 하는 대체투자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부동산PF는 맨파워가 대부분의 수익을 결정하기 때문에 임금을 높이고, 팀 구성만 잘하면 대형사들에 비해 크게 밀릴 요인이 없다"고 전했다.

      업무 현장에서도 규제 때문에 부동산PF를 포기하겠다는 반응은 아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발채무 리스크에 신경은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관련 위험 분석하는 쪽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여러 중소 증권사들은 다양한 부동산PF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올해 4월 부동산 강자로 유명한 메리츠종금증권에서 함형태 투자금융사업본부장을 IB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하며 IB 확장에 나섰다.

      교보증권은 지방 부동산PF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8월에는 강원도와 동해안 망상지구에 대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업비만 1조1771억원에 달한다. 하이투자증권도 같은 해 경산 지식산업지구 조성산업 과정에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대표주관하기도 했다.

      그동안 규제 탓에 위험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중소 증권사들을 위한 대책이 없지는 않았다.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중기특화증권사)가 대표적 예다. 해당 증권사들에게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지원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기업금융(IB) 쪽으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반응은 정작 미지근하다. 대형사들을 피해 나름의 특화 영역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기업 메자닌 발행, IPO 등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크게 도움되는 일은 아닌 것 같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