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가격·부실위험·규제…아시아 금융벨트 구축 '삼중고'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7.09.08 07:00
Edited by 이재영 팀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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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해외 진출 경쟁에 현지 금융사 가격도 들썩
외국 자본 M&A 규제하거나 부실 회사만 인수 허용
미얀마·라오스 등 상대적 용이…단기 성과는 어려워

국내 금융그룹들이 아시아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시아는 물리적 거리는 물론, 경제규모·성장성 면에서 글로벌 진출이 늦은 국내 금융사들이 '해볼만한' 시장으로 꼽힌다.

막상 현장을 겪어본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장 역시 '녹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금융사의 조급함을 아는 현지 금융사 매물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그나마도 인수 가능성이 있는 매물들은 부실 가능성이 큰 곳들이 많다. 현지 금융당국이 외국 자본을 부실 처리의 도구로 활용하려 하거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 금융사의 최근 화두는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이다. 금융그룹 회장이나 시중은행장들의 신년사 혹은 취임 일성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아시아 O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서로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진 4대은행은 물론, 대형 금융그룹과 경쟁이 부담스러운 지방 금융지주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이 그간 가장 공을 들여온 시장은 베트남이다. 민족감정 등으로 인해 아시아 시장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의 입김이 그나마 덜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 베트남 시장은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곳 중 하나로 꼽힌다.

베트남은 외국 기업이 금융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율을 제한하고 있다. 지분 30%까지만 인수할 수 있는데, 해외 자회사의 연결 이익을 기대하는 금융회사들로서는 상당한 제약이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는 20%가 인수 한도였다.

경영권 지분 인수를 허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부실회사다. 외국 자본에 구조조정을 맡기는 개념이다. 최근 KB증권이 경영권 인수에 나선 메리타임증권(Maritime Securities) 역시 2015년 이후 투자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형 증권사다. 공산국가 특유의 강한 규제, 정부의 느슨한 업무 처리도 부담요소로 꼽힌다.

베트남과 유사점이 많은 인도네시아도 금융사들의 주요 목표지다. 우리은행이 2013년 소다라은행을 인수하고 이듬해 현지 법인과 합병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시장 진입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20위권 금융시장으로 계좌 수나 금융 활용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뤄지는 동시에 경쟁도 치열하다. 인도네시아는 군소 지방은행만 1600여곳에 달해 부실 위험도 크다.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사 통합을 통한 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있다. 기존엔 우리나라 금융사 자사 법인과 현지 인수 회사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2곳 이상의 회사를 인수해 합병해야 한다. 부실회사를 원 플러스 원(1+1) 방식으로 해외에 떠넘기는 것이다.

은행 한 곳을 인수하면 또 한 곳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현지에서도 알기 때문에 협상에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입맛에 맞는 매물 두 곳을 한번에 인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은행들은 등급(Tier) 별로 취급할 수 있는 업무가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필리핀은 정부의 금융사 지분 보유 제한 자체는 강하지 않지만, 지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추가 규제를 적용 받는다. 예를 들어 은행 지분 40% 이상을 가지게 되면 그 은행은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다. 사옥을 소유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담보권을 행사해 보유하게 된 부동산도 5년내 처분 의무가 생긴다. 역시 담보 매각 시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사 가격이 싼 것도 아니다. 최근 진행 중인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소수지분 매각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각축전으로 흘렀다. 경영권 인수도, 선진 은행도 아닌 거래에 두 금융사가 경쟁적으로 몸값만 높여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스트웨스트은행에 기반해 추가적인 영역 확장을 모색했던 KB금융은 매각자 측의 거절로 인수 의지를 거의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 글로벌사업 담당자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어느 정도 금융 기반이 갖춰지고 성장성도 있는 곳들은 이미 현지 금융사의 장악력이 크거나 금융사 몸값이 높아진 경우가 많다”며 “사실상 라이선스만 남은 껍데기 회사라도 주가순자산배율(PBR) 2~3배 이상을 부르기 때문에 기대했던 수익률을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 진출을 꾀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나라는 금융 시장 발전 수준이 낮아 진출해도 본격적인 수익을 거두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진출이 용이한 것만도 아니다.

라오스는 기존에 난립한 소형 금융사가 많아 외국 자본에 신규 금융사 인가를 내주는 데 인색하다. 여기에 금융사 인수합병(M&A) 시장도 활성화 돼 있지 않아 단기간에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다.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은 현지 기업과 손잡고 캐피탈사 형태로 자동차 할부금융 등 사업을 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미얀마 역시 이른 시간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시장이다. 과거 서구 자본의 약탈적 금리에 시달린 배경 탓에 우리나라 등 다른 외국 자본의 투자 유치엔 적극적이지만 금융사 M&A는 추진하기 어렵다. 현지에 소액대출(마이크로 파이낸스) 회사를 설립한 후 차근차근 키워나가야 한다. 소액을 빌려주고 연체율도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반면, 우리 금융사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는 외국 자본이 투자하기엔 유리한 환경이다. 현지 통화가 있지만 대부분 거래가 달러로 이뤄져 환리스크가 거의 없고, 현지 사업의 과실을 배당 등으로 빼가는 것에 대한 정부 규제도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다. 훈센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이 30년간 정권을 쥐고 있지만 갈수록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내년 7월 총선에서 정권이 바뀐다면 외국인에 우호적이던 정책 성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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