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신임 産銀 회장, 고스란히 떠안은 구조조정·정책금융 과제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7.09.08 09:12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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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회장 대우증권 매각 등 성과 거뒀으나 큰 과제는 그대로
금호그룹 구조조정 그림자 떨치고 신산업·위기기업 지원 늘려야
이리저리 치이며 상실감 커진 조직…정부 앞 소신 보여줄 필요성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은 임기 절반을 남기고 퇴임한 전임 회장의 과제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것은 물론, 신산업 육성 지원과 재벌개혁 등 정부의 경제 이념을 수행하는 첨병 역할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위원회는 이동걸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초빙교수를 신임 산업은행 회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이 신임 회장은 1994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금융연구원장 등을 거친 진보 성향의 금융경제학자다.

전임 회장의 임기가 절반 가량 남았으나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김대중 정부와 정체성을 같이하는 노무현 정부 때도 산업은행 총재가 임기전 물러난 적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5일 준비했던 자본시장부문 업무 설명회를 ‘민감한 시기’라며 취소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전임 이동걸 회장은 사무실 전화번호가 담긴 걸개를 내걸며 의욕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대우증권 패키지 매각, 비금융 자회사 정리 등 소기의 성과도 거뒀지만 굵직한 과제는 남겼다. 임기 중 최대 국적선사는 무너졌고, 기업 구조조정은 차일피일 늦어졌다. 출자회사들의 부실관리 이슈는 끊이지 않았다.

이동걸 신임 회장에 남겨진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기업 구조조정이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여론, 정부의 입장 표명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기업 가치는 해가 갈수록 하락한 끝에 법정관리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어 조속한 정상화 및 매각이 중요하다. 침체하는 업황 가운데서 갈피를 못 잡고 있는 KDB생명,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던 대우건설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그림자는 여전하다.

‘대마불사’란 비판에도 지원을 결정했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도 마찬가지다. 조선 빅3 체제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지는 상황이라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덩치를 줄이고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30만 일자리’가 걸린 한국GM 철수를 막기 위해선 산업은행이 정부의 대리자로 나서야 할 판이다.

핵심 산업과 위기기업, 성장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역할도 중요하다.

산업은행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한진해운 지원의 끈을 놓았다. 1위 국적 선사는 사라졌고, 훨씬 작은 규모의 현대상선만 자회사로 거느린 꼴이 됐다. 이제야 항만 네트워크 구축, 투자 유치, 선박 지원 등에 나섰지만 날아가는 글로벌 선사에 비하면 걸음걸이가 느리다. 최근 신조선박프로그램으로 VLCC(초대형유조선) 건조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현대상선 경쟁력 강화보다는 대우조선해양 우회 지원 방안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최근 중국 사드 보복 피해 기업에 5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은행도 중국 투자 지연 및 투자유치 철회, M&A 무산 등 중국발 피해가 적지 않았다. 중국 내 현대자동차 협력사 등의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누누이 강조해온 4차 산업혁명, 재벌개혁도 이끌어야 한다. 정부는 이동걸 신임 회장이 성장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업무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갈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회장은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진보 학자인 만큼 산업은행의 대기업 전략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대기업 채권 축소 및 조정 움직임이 가속화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동걸 신임 회장은 내부 조직을 다잡아야 하는 숙제도 있다. 노조는 이미 선발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날을 세운 상황이다. 지난 정부 중 경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산업은행이 총알받이로 나서고, 혁신안으로 조직을 다잡았던 터라 내부의 불만은 커지고 의욕도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부여 받으면 다시 힘을 내겠다는 의견이 많은 만큼 신임 회장은 정부와 조직 사이에서 소신을 보여줄 필요성이 커졌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08일 09:08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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