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리스크 떠넘기는 '공모' 해외부동산 펀드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7.09.14 07:00
Edited by 이재영 팀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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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 해외부동산 공모 펀드 잇따라 출시
금리매력으로 투자수요 모아
개인투자자, 위험요소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는 지적
일부 은행 PB들은 취급 안하기도

부동산 공모펀드의 '차별 대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좋은 매물은 기관들이 투자하고 리스크가 많은 나머지 물건을 개인 고객에게 넘긴다는 것이다. 해외부동산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올해 운용업계 히트 상품 중 하나는 부동산 공모 펀드다. 저금리에 투자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 보니 개인들의 자금이 수천억원씩 몰리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한국투자 도쿄 오피스 부동산 투자신탁 1호'에는 5일만에 1400억원규모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내놓는 상품마다 흥행에 성공하다보니 운용사들도 앞다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개인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의 리스크가 있는 상품까지 공모 형태로 출시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미래에셋금융그룹 산하의 멀티에셋자산운용은 1360억원 규모의 부동산 펀드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펀드 자금을 모아 영국 런던에 소재한 타워브리지하우스에 투자한다. 지상 8층에 오피스 1개동으로 이루어진 오피스로 보험중개·컨설팅 사를 산하에 두고 있는 마쉬 앤 맥레넌 컴퍼니스가 입주해 있다. 5% 정도의 예상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의 우수한 자산에 투자하는 듯 보이지만, 이 상품의 경우 투자자들에 고지한 위험요인만 약 30여개에 달한다. 환율변동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데다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자산이 매각되지 않거나, 매각 지연, 가격 하락 등으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그나마 5%의 수익률이 기대된다는 것 말고는 투자자가 보장받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이마저도 임대차 및 공실 위험으로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지나치게 고위험 상품이라고 판단해 고객들에게 추천하지 않기로 한 창구마저 나오는 판국이다.

한 은행 PB는 “투자 위험요소가 너무 많고, 절대적인 수익을 보장 받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고객에게 권유할 수 없어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라며 “운용사 입장에서야 모든 위험을 고객에 떠넘기고 수수료만 받으면 되는 구조인 '좋은 상품'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멀티에셋자산운용은 해당 상품의 공모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반면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고, 위험성은 떨어지는 투자 건에 대해선 기관투자자들의 자기자본을 통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다수의 국내 은행들이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맨허튼 재개발 사업의 경우 미국 부동산개발회사 릴레이티드와 캐나다 온타리오주공무원연금 등 해외 연기금 등이 이미 지분을 확보해 국내 기관투자자는 끼지도 못했다.

한 증권사 대체투자팀장은 “좋은 물건일 경우 국내 기관들도 확보하기가 힘들다”라며 “공모펀드로 개인에게 풀릴 정도의 물건이면 이미 기관투자자들은 보지 않을 만큼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판매에 나서는 운용사의 판매인력 전문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운용사 마케팅팀 등 판매를 담당하는 인력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 상품의 위험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른 은행 PB는 “리테일 마케팅 등에서 판매를 담당하고 있지만, 막상 만나보면 투자 물건에 대해 아는 바가 충분치 않아 놀랐던 경험이 있다”라며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위험성이 큰 만큼 판매에 있어서도 운용사들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10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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