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차 닮은 동풍자동차, 기아차에 몽니 부리지 않는 이유
입력 2017.09.18 07:00|수정 2017.09.19 10:33
    베이징차와 달리 JV 지분율 25% 불과
    유력한 협력 파트너 많아 ‘기아’ 중요도 상대적으로 작아
    • 베이징현대 공장 가동 중단으로 현대자동차와 베이징자동차의 불협화음이 주목받고 있지만, 기아자동차의 중국법인인 '동풍열달기아'는 잠잠하다. 서로 다른 지분구조와 해외 파트너십 차이가 베이징현대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베이징자동차와 동풍자동차가 현대차그룹과 설립한 조인트벤처(JV)는 모두 사드 이슈로 피해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베이징현대의 올 상반기 현지판매는 약 36만1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고, 동풍열달기아도 올 상반기 16만6000대의 현지판매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41.5% 줄었다.

    • 동풍열달기아와 베이징현대의 납품 구조는 유사하다. 두 JV 모두 다수의 현대차 계열 부품사들이 포진해 있고, 납품대금을 비싸게 받아 마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현대의 부진한 실적에도 현대차 계열 부품사들이 높은 이익을 가져가자 불만을 품고 납품대금 지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특히 동풍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 이상의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동풍자동차그룹은 2016년 판매량 약 430만대를 기록하며 중국 자동차 시장 2위의 지위를 갖고 있다. 같은 기간 베이징자동차 판매량은 280만대로 5위를 기록했다.

      JV에 대한 재무 재량권을 모두 중국 현지 업체들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풍자동차 역시 기아차에불만이 생기면 얼마든지 제동을 걸 수 있는 여지가 있다.

    • 그럼에도 동풍자동차가 몽니를 부리지 않는 이유는 동풍자동차의 JV 지분율이 기아차보다 낮기 때문이다. 동풍열달기아는 동풍자동차와 열달자동차가 각각 25%, 기아차가 50% 지분을 투자해 세워졌다. 절반의 지분을 소유한 베이징자동차가 현대차 측에 크고 작은 요구를 할 수 있는 데 반해, 동풍자동차는 동풍열달기아의 경영을 주도할 수 없다.

      지분율이 낮다 보니 동풍열달기아 실적 부진에 동풍자동차가 받는 피해도 덜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베이징현대 실적 부진에도 현대차 연결 손익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건 ‘50:50’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중국에 진출했기 때문”이라며 “동풍자동차는 50%도 아닌 25%의 지분을 투자했기 때문에 해당 JV 실적이 자사에 미치는 영향은 더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동풍자동차의 다양한 해외 파트너십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동풍자동차는 현재 프랑스 푸조와 르노, 일본의 혼다와 닛산 등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JV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 기아차와 달리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는 지분율 50대 50으로 JV를 설립했다. 동풍자동차가 상대적으로 동풍열달기아 실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설명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동풍열달기아 실적 부진이 지속하면 동풍자동차가 열달자동차와 협력해 의사를 표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동풍자동차가 지금까지 아무런 불만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선 안 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