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앞둔 사모펀드, 성적표 희비 갈리나
입력 2017.09.21 07:00|수정 2017.09.22 10:15
    대형 PE 대기 매물 10곳 넘어
    실적 반전시킨 한앤코, 흥행 기대
    올해 기점 '옥석 가리기' 진행될 듯
    • 시장에 사모펀드(PE)가 팔아야 하는 이른바 '예비매물'이 다수 대기 중이다.  각 회사의 '시그니처 브랜드' 격인 이들 포트폴리오의 매각성과는 고스란히 각 펀드 운용사의 성적표로 남게 된다.

      국내외 굵직한 PE들이 엑시트를 준비하는 매물만 어림잡아 10곳이 넘는다. 한앤컴퍼니(웅진식품, H라인해운), MBK파트너스(코웨이) 칼라일(ADT캡스), 베어링PEA(한라시멘트), IMM PE(할리스 커피), KKR-앵커에쿼티파트너스(티몬), 모간스탠리PE (전주페이퍼, 모나리자) VIG파트너스(바디프랜드) 등 대형 PE들 모두 팔아야 할 매물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다.

      ◇한앤컴퍼니(웅진식품·H라인),MBK(코웨이) VIG(바디프렌드)… 예고된 대박

      한앤컴퍼니ㆍMBK파트너스ㆍVIG파트너스 등 대형 운용사들은 한두개씩 '고수익'이 예고된 잠재 매물을 보유 중이다.

      한앤컴퍼니의 경우 웅진식품과 에이치라인등이 꼽힌다. 한앤코는 지난 2013년 웅진식품 지분 57.87%를 1150억원에 인수,  인수 당시 웅진식품은 영업손실 12억원, 당기순손실 29억원을 기록한 적자회사였다. 하지만 이후 냉장주스 등 수익성이 낮은 상품생산을 중단하고 착즙주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2014년부터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기 시작해 지난해에는 11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300%에 육박했던 부채비율도 67%까지 떨어졌다. 올해에는 전 직원들에 사상 첫 초과이익배분(PS)까지 지급했다.  인수 후보로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나오는 소비재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대기업 등이 거론된다.

      한진해운의 벌크선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H라인도 매각수익이 예고돼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의 벌크선 사업부를 31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첫해부터 38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순이익이 864억원으로 120% 증가했다. 한때 문제가 됐던 과도한 용선료 지불 문제가 해소되는 과정이라 향후 실적은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발 해운선사 M&A라는 ’순풍’도 불고 있다. 중국 국영선사 COSCO(코스코)가 라이벌 해운사인 홍콩 OOCL((오리엔트오버시즈)를 인수하면서 해운업계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이는 국내 벌크선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지난 11일에는 경쟁사인 팬오션의 주가가 장중 한때 682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 '코웨이'는 이런저런 부침에도 불구, MBK파트너스의 예고된 '대박투자' 후보다. 2012년 인수당시 주당 5만원을 주고 매입한 주가가 9~11만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시가총액 7조4000억원으로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가치(26.5%)는 2조원 수준이다. 지난 2012년 MBK파트너스가 웅진으로부터 지분 30.9%를 사들일 당시 인수금액이 1조2000억원이었다.  배당과 두 차례의 자본재구성(리캡, Recapitalization)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언제를 매각 시점으로 잡을지, 어느 회사들을 인수후보로 초청해 경쟁구도를 형성할지라는 판단이 남아 있다.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바디프랜드도 기대감이 큰 매물이다. VIG파트너스는 2015년 네오플릭스와 컨소시엄을 맺으며 3000억원에 바디프랜드를 인수했다. 인수 이후 실적이 급격하게 좋아지며 2014년 180억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78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불과 2년 만에 인수금액의 4배에 달하는 1조원의 기업가치가 거론된다. 다만 국내보다는 중국에서 인수자를 찾고 있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 악화•현지 안마의자 업체들의 난립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칼라일(ADT캡스), 베어링PEA(한라시멘트)는 엑시트 진행 중

      대형 PEF들의 엑시트 가운데 현재 진행형이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포트폴리오는 'ADT캡스'와 '한라시멘트' 두 건이다.

      일단 ADT캡스 매각에 나서는 칼라일은 고민이 큰 상황이다. ADT캡스는 칼라일 인수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평가다. 칼라일이 경영권을 보유한 지난 2년간 영업이익은 1225억원에서 1350억원으로 10% 가량 느는 데 그친데다, 시장 점유율도 20% 수준에서 횡보했다. 순이익은 1079억원에서 269억원으로 오히려 대폭 꺾였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마땅한 인수자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칼라일이 원하는 3조원 수준의 매각가를 맞추기 위해선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12배의 가치 평가 배수(EV/EBITDA)를 인정받아야 하지만, 업계 1위 에스원의 배수가 9배란 점에서 시장이 생각하는 가격과는 괴리가 크다.

      마음 급하기로는 베어링PEA도 마찬가지다. 베어링PEA는 펀드모집을 앞두고 투자성과를 내기 위해 한라시멘트를 인수 일 년 만에 다시금 시장에 내놨다. 지난 12일 진행된 예비입찰에 아세아시멘트, 아주산업, 성신양회 등 국내외 주요 시멘트업체와 PE가 참여하며 투자 열기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불과 일 년 만에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던 한라시멘트의 차입금이 4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순자산의 경우 광산개발권 등 무형 자산이 많아 원하는 가격을 받을지 미지수다.

      ◇모간PE(전주페이퍼ㆍ모나리자), IMM (할리스ㆍ교보생명) 지켜봐야...KKRㆍ앵커 (티몬)은 우려 산적

      모간PE는 숨 고르기에 나섰다. 지난 2008년 신한PE와 약 8000억원에 인수한 전주페이퍼는 2013년을 기점으로 1000억원 수준의 EBITDA가 지난해 455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신문용지 산업 침체 탓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매스 열병합 발전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떨어진 신문용지 사업의 수익성을 메울 것으로 기대는 남아 있다.  이 부문에서만 연간 350억원의 연간 EBITDA가 예상된다.

      2013년 주당 3785원에 인수한 모나리자는 현재 5000원 선에서 거래되면서 매각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마크스가 판매 호조를 보이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모간PE는 펀드 만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장에서 행보가 활발한 IMM PE는 과거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할리스 커피가 해결과제다. 지난해 할리스커피의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으나 복잡한 판매 계약관계로 인해 불발됐다.  자본재조정 등을 통해 투자자(LP) 달래기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커피 시장 자체가 이미 포화 상태에서 어디서 인수후보를 다시 데려오느냐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IMM의 첫 바이아웃 투자 엑시트 성패가 달려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동시에 IMM PE와 어피니티 등이 함께 투자한 교보생명의 향배도 주목받고 있다. IPO가 됐든 풋옵션이 됐든 큰 결정이 내려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티몬에 발이 묶였다. 두 회사는 2015년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와 손잡고 그루폰으로부터 회사 지분 59%를 86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1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외부투자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티몬 매각이 어려울 경우 글로벌 PE인 KKR보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투자성과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PE업계에선 올해를 기점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이후 M&A 인수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른 PE들이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매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이들의 성적표가 공개되는 시점이 다가왔다는 의미다. 펀드모집을 앞둔 시점과 맞물려 엑시트 결과가 승자와 패자의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