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페이 大戰'…앞서나가는 네이버·삼성, 쫓는 카카오·페이코
입력 2017.09.21 07:00|수정 2017.09.22 10:10
    매년 고속 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
    고객 확보 위한 공격적 투자 계속될듯
    30여개 페이 난립…낮은 수수료 나눠먹어
    군소 페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거론
    • 간편결제 이른바 '페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전체 결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성장 속도는 무섭다. 빅4 업체인 네이버페이·삼성페이·페이코·카카오페이가 2년~3년 전 서비스를 시작한 뒤 현재까지 이뤄진 누적 거래액은 13조원에 이른다.

      새롭게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사업자 등장이 이어지면서 톱 티어 업체는 물론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소형 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머지않아 페이 서비스 업체들 간 이합집산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난 2014년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가 처음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PG업체도 잇따라 서비스를 내놨다. 특히 2015년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사업자인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정식 출시하고 뒤이어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등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페이 대전'이 본격적으로 무르익었다.

      유통업체를 비롯한 일반 대기업들도 직·간접적으로 간편결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SSG페이를 출시한 신세계를 시작으로 롯데와 현대백화점도 각각 L페이, H월렛의 브랜드를 내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엔 기존 간편결제 사업자에 투자해 간접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본업과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페이코 투자를 검토 중인 GS홈쇼핑 등과 같이 새로 서비스를 만들기보단 기존 사업자와 제휴해 간편결제 사업을 시작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독자적인 페이 서비스를 낸 기업들도 확장엔 한계가 있어 기존 사업자에 투자해 협력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유통업체들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 간편결제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니즈가 많다"며 "해외 간편결제 업체와 손잡은 페이를 확보하면 해외 직구나 역직구 소비자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도 나도 페이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엔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편결제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35억원에서 4분기 401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분기별 거래 규모 증가세를 감안하면 올해 간편결제 거래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장 잠재력 역시 크다. 지난해 기준 전체 비현금 결제거래액에서 온·오프라인 및 모바일에서 이뤄진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다.

      업계 관계자들은 페이 시장에서 어떤 업체가 승기를 잡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 전체 파이가 계속 커지고 있어 대다수 업체들이 초기에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뒤처지는 업체들을 대체할 새로운 업체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세컨드 티어로 발돋움하기 위한 경쟁에도 불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다.

    • 증권사 관계자는 "여기 가맹점에서는 네이버페이를, 저기 가맹점에선 카카오페이를 이용하진 않기 때문에 범용성이 페이 성공을 좌우한다"며 "시장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가맹점을 확보하고 충성 고객을 만들면 아직 해볼 만 하다는 생각에 온갖 페이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미 선두권은 네이버와 삼성전자로 굳혀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네이버와 삼성전자는 각각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온라인 부동의 1위인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하기' 서비스로 온라인 가맹점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상품 검색 뒤 연결되는 제휴 가맹점에 소비자가 별도 가입 및 로그인 절차 없이 구매할 수 있어 가맹점과 고객을 모두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이버페이 거래액은 지난해 1분기 750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 오프라인 1위 사업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삼성페이는 별도 앱 설치와 가입 없이 보유한 신용카드만 스마트폰에 등록하면 사용이 가능하다. 2015년 미국 벤처기업 루프페이를 인수하며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전송 기술을 탑재, NFC 기능이 없는 구식 신용카드 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졌다. 삼성페이의 지난 2년간 누적 결제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페이가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의 뒤를 쫓고 있는 모양새다. 송금 서비스로 빠르게 거래 규모를 늘리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이달 초 QR코드·바코드 등을 통한 오프라인 진출을 공식화하며 사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플러스친구를 통해 할인쿠폰 전송 외에 주문·예약·결제하기 서비스를 붙이는가 하면 카카오드라이버·카카오택시·멜론 등 다른 서비스와 연동, 결제처도 늘리고 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이미 쓰고 있는 페이를 계속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선두 업체가 놓친 틈새시장을 노린다고 해도 승산이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이미 선두권 업체들은 국내는 안정적인 사업처로 두고 해외 업체들과 제휴해 해외 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일본 메신저 자회사 라인(LINE)을 통해 라인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라인 사용자가 많은 일본을 비롯한 태국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올 초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알리페이가 보유한 해외 가맹점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혔다. 삼성페이도 지난 7월 글로벌 업체인 페이팔과 제휴, 삼성페이 사용자가 페이팔 계정을 삼성페이에 등록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페이팔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순수 현지인의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겠다는 것보다도 단기적으론 해외 가맹점을 확보해 국내 여행객들이나 해외에 체류하는 내국인들의 결제를 가져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업체와 손을 잡았다.

      국내·외에서의 서비스 범위를 넓히기 위한 페이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확대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간편결제 사용처가 온라인 혹은 식당·카페 등 결제액이 크지 않은 곳에 한정돼 있어 외연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해외 직구나 민원서류 발급기, 아파트 관리비나 공과금 등의 결제 사용처는 아직 무주공산 상태이므로 투자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풀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나 페이코, 혹은 중소 페이들은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금 마련에 대한 니즈가 많다"며 "향후 시장이 커지며 경쟁이 치열해지면 중소 업체들 간 자연스러운 정리 작업이 이뤄지며 매각이나 합작사 설립 등 다양한 딜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