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페이 사업 진짜 목적은 '결제 데이터 확보'
입력 2017.09.21 07:00|수정 2017.09.21 07:23
    온라인·모바일에 이어 오프라인까지 확장
    "페이로 버는 돈은 '0원'에 가까워"
    페이로 방대한 구매 데이터 확보하려는 의도
    광고가 미래 기술 투자 뒷받침 해줘야
    • 벤처 IT공룡 네이버·카카오가 '페이' 사업 키우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네이버·카카오가 페이 사업에 집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결제 데이터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력 캐시카우인 광고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란 설명이다.

      카카오는 오는 하반기 카카오페이와 알리페이 간 시스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초 중국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파이낸셜그룹으로부터 2300억원을 투자받았다. 알리페이의 해외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해지고, 알리페이 사용자도 국내 카카오페이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이달 초엔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앱투앱 서비스도 이르면 연말 시작할 계획이다. 카카오톡을 실행하지 않고도 자신이 이용하는 앱에서 곧바로 결제 인증이 이뤄져 카카오톡 문자 인증 단계가 생략된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멜론이나 카카오페이지·카카오택시 등 주요 카카오 서비스와 연동, 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페이 사업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페이 전용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6월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에선 사용할 수 없지만 전용 체크·신용카드를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결제가 가능해진 셈이다. 네이버는 전월 실적과 무관하게 온·오프라인 어디서나 결제한 금액의 1%를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올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네이버는 "당장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대해 고려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선 스토어팜 등 기존 온라인 쇼핑몰 가맹점에서 발생하는 거래에서 네이버페이의 점유율이 높은 반면 상대적으론 오프라인 가맹점은 적기 때문에 무리하게 오프라인 쪽을 공략하기보단 시간을 두고 진출하는 그림을 짜고 있는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네이버·카카오에 페이 서비스는 아직까지 '돈을 까먹는 사업'이다. 양사의 페이 사업 영업이익률은 1% 안팎으로 추정된다. 2~3%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카드사에 배분하고 나머지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현금 포인트 적립으로 사용하고 있어 결제 서비스만을 통한 수익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네이버페이는 고객 유치를 위한 각종 프로모션과 가맹점 혜택 명목으로 지난해 700억원을 마케팅비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두 회사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페이 사업을 키우는 근본적인 이유는 데이터 확보에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수집한 결제 데이터가 본업인 광고 사업 매출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페이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다"라며 "초기 투자 단계이고 경쟁사도 많아 절대적인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회사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쇼핑 등 커머스 사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결제 데이터 확보"라며 "과점 사업자로 확보하는 데이터 규모가 작은 카드사와 달리 포털 사업자들은 데이터 규모 면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제 서비스만 붙이면 방대한 양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온라인 혹은 모바일에서 방문한 사이트나 결제한 내역을 기반으로 한 타기팅(Targeting) 광고는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높다. 고객의 과거 구매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간대별로 정교하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타기팅 광고를 하면 광고를 통해 광고주가 의도한 행동을 한 고객의 비율로 단가를 정하기 때문에 광고 단가가 크게 뛴다"며 "현재 네이버·카카오가 하고 있는 타기팅 광고 단가는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20%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모바일 타기팅 광고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부터 타켓팅 광고 상품인 카카오모먼트를 도입한다.

      인터넷 포털 사업자 특성상 광고 수익이 주된 캐시카우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광고 매출 의존도는 각각 60%, 40% 수준이다. 카카오의 광고 매출 의존도가 다소 낮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를 제외하면 네이버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도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며 "포털 사업자의 기본 수익원은 광고인데 국내만 놓고 보면 전체 광고 시장 성장 자체가 둔화되고 있어 광고 단가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광고 외 다른 수익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핵심적인 수익원으로 자리잡지 못한 점도 영향을 줬다. 당분간 광고 사업이 공격적인 투자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포털 사업자에서 기술 기업에서 성장하겠다며 공격적인 투자 사이클에 들어간 만큼 수익성 둔화를 방지할 만한 안정적인 수익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기술·플랫폼 분야에 3698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엔 매출의 2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카카오도 AI 등 미래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에만 10여곳의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지난해엔 매출의 13%를 R&D에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