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서 멈춰 선 현대차…사면초가 몰려도 경영진 '묵묵부답'
입력 2017.09.21 07:00|수정 2017.09.22 10:15
    사드에 불 붙은 中시장 부진…"예견됐다" 평가
    금융권 대책 마련 '비상'
    창립 이래 최악 위기, 타개책에 '관심'
    •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멈춰 섰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한 공장 중단과 같은 초유의 사태가 반복될 여지는 남아있다. 계열사와 협력업체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을 고려하면 중국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의 부진을 외교마찰로 인한 단기 악재로 치부하던 투자자들은 이미 현재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전제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미래의 전권(全權)을 쥔 오너 일가의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창립 이래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현대차가 꺼낼 카드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달 초 현대차의 중국공장 4곳은 가동을 멈췄다. 라인점검과 휴가를 이유로 가동을 잠시 중단한 것을 제외하고 납품에 차질이 생겨 공장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베이징현대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재무권한을 쥐고 있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협력업체에 납품 대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차는 베이징자동차와 조인트벤처(JV) 형태로 지난 2002년 중국시장에 최초로 진출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견돼 왔던 중국 리스크는 현실화했다. 현지 업체와 합자 형태로 시장에 진출 할 수밖에 없는 외자기업들은 중국과의 외교마찰 등 대외 이슈로 사업에 직접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국 시장은 현대차의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체 판매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판매가 반 토막 나면서 현대차의 전체 실적도 타격을 입었다.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미국 판매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 내 실적회복 없인 그룹 전반적으로 저조한 수익성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동풍자동차와 합작관계인 기아자동차 또한 현대차와 같은 악재를 맞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만은 없다. 중국 정부의 압박은 현대차 계열 부품사의 단가인하로 이어지고 결국은 현대차 협력업체로까지 고스란히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 사드 배치로 인한 외교문제가 정점이 되긴 했지만 이번 위기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2010년 초반엔 현대차와 그 협력업체들도 가파르게 성장했다. 기술력이 현대차에 못 미치던 중국업체들은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현대차는 중국 진출 10여년 만에 4곳이 넘는 공장을 지으며 승승장구 했다. 이 배경엔 중국 정부와의 공고한 '꽌시(관계)' 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의 대(對)중국 투자는 여전히 진행 중으로 이달 제 5공장이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한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판매량은 줄고 공급은 늘어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시장에서 한국 협력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최대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단가인하 요구는 일견 예상돼 왔다"고 했다.

      높은 기회비용 탓에 현대차가 중국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턴어라운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란 평가다. 국내 금융사들은 이미 대대적인 대책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 상황을 차치하고 현대차는 명확한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무진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물론 오너 또는 최고경영진들도 '중국 시장을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또는 '글로벌 판매와 미래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 내지 못하고 있다. 오너십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현재 상황을 단순한 악재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며 "이미 국내외 금융사들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현대차의 비전이 제시되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했다.

      중국시장을 제외하고도 현대차가 철석같이 믿었던 내수 시장은 이미 꺾인지 오래다. 주요 해외 국가의 판매부진은 상수가 됐다. 차세대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서로 손잡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달리 현대차의 미래먹거리를 위한 기술제휴와 투자는 걸음마 단계다. 노조의 목소리는 거세고 현대차를 향한 정부의 규제도 눈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