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악재로 물건너간 한국맥도날드 매각
입력 2017.09.21 07:00|수정 2017.09.22 10:15
    한국 맥도날드, 딱 1년전 본입찰까지 진행
    프랜차이즈 갑질 논란에 위생부족 등 최악 평판
    "대기업도, 투자자도 욕먹을까 인수 어려워져"
    해외서는 공동파트너와 결별하기도...'업계 물만 흐려"
    • 한때 국내 투자업계 트렌드로 꼽혔던 프랜차이즈 외식산업이 '평판 리스크'란 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한국피자헛은 사실상 '파이어 세일'(Fire Sale)로 팔렸고 한국맥도날드 매각은 거의 불가능해진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매각 과정에서  어드민피(Administration Fee)를 비롯해 본사 이익을 강제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요구하고 있다. 또  '매각을 통한 부동산 차익 확보 등 투자금 회수 극대화'를 노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내에서 새 투자자를 구한다 해도 악화된 여론과 매출ㆍ수익감소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이 예상된다. 자칫 맥도날드 인도법인 사태처럼 결별과 소송, 매장철수 등의 파국이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프랜차이즈 본사 요구에 지쳐온 예비 투자자들 

      한국맥도날드는 작년에 한창 매각작업을 진행, 딱 1년전 본입찰까지 실시했다. 유한회사(Private Company)형태로 운영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들이 으레 그러했듯 공식적으로는 매각을 부인, '사업파트너를 찾는다'라는 표현을 써왔으나 실질적으로 한국법인 매각 방식이었다.

      당시 CJ그룹, 매일유업-칼라일그룹, KG그룹-NHN엔터 등이 인수를 검토했다. 5000~6000억원대 매각가가 거론됐다.

      현재까지도 한국맥도날드는 본사 직영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는 새 인수자가 마스터프랜차이즈(MF)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국내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가 인수후보가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이 체결되면 본사는 한국법인에게 "매년 한국에서 몇개의 매장을 의무적으로 늘려라"라고 요구하는 한편, 해마다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 수입으로 받아가게 된다. 즉 한국법인 운영자가 매장 운영과 관리의 위험을 다 떠맡고 수익부진도 감내해야 하지만, 맥도날드 본사는 한국법인에서 적자가 나든 말든 상관없이 매년 고정수익을 받아가는 구조다.

      맥도날드 본사는 이에 따라 신규 의무출점수ㆍ가맹수수료 등을 까다롭게 요구했고 이에 지친 인수후보들은 전부 이탈, 매각은 수포로 돌아갔다.

    •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던 일본 맥도날드도 중단됐다. 대신 중국ㆍ홍콩 맥도날드가 올 초 칼라일그룹ㆍ중국 씨틱(Citic)에 지분 80%를 약 20억 달러에 매각됐다. 최근 중국 맥도날드는 향후 5년간 현지 2500개 점포를 4500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또한 당시 체결된 마스터프랜차이즈 매매계약에서 맥도날드 본사가 요구한 '의무출점'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프랜차이즈 외식 산업은 투자과정에서 글로벌 본사의 영향력이 막강해 투자가 상당히 어려운 분야로 꼽혀왔다. 특히 피자헛 등의 대주주인 염브랜즈(Yum! Brand)나 맥도날드 본사 등은 투자시장에서 '악평'이 높기로 자자하다.

      여기에 ▲유행과 이벤트에 따라 급변하는 수익성 ▲브랜드별 과당 경쟁 ▲점주들과 직원들에 대한 관리문제 등을 떠안아야 한다. 심지어 매각 과정에서 글로벌 본사의 '부동산 차익확보' 요구가 강력한 탓에 매각가격 상승이 다반사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법인 입장에서는 매장이 위치한 부동산(빌딩ㆍ토지 등)이 영업용 자산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진출 초기에 일찌감치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 글로벌 본사는 시가에 따라, 혹은 향후 가격상승까지 감안해 이를 매각하여 차익확보 극대화를 요구한다.

      이런 리스크에도 불구, 이미 형성된 높은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현금창출력으로 인해 대기업이나 사모펀드(PEF)의 주목도는 높았다. 다만 1000억원에 인수했다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면서 본사에 수수료만 갖다바치고 500억원에 손해보고 매각한 CVC 캐피탈의 KFC 인수 같은 실패 사례도 나왔다. 업종에 대한 이해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맥도날드 인수ㆍ투자하면 누구든 '공공의 적'(?)

      이런 상황에서 최근 피자헛의 갑질 논란ㆍ한국맥도날드의 햄버거병 등 비위생 논란으로 인해 더 큰 리스크가 추가됐다. 지금 이들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대고 인수하면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 갑질 프랜차이즈 산업은 정권 차원에서 관련 법령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 및 검찰조사까지 동원하고 있는 이른바 바로 잡아야 할 '적폐'로 부각받고 있다. 그리고 알려진대로 대기업들은 M&A에서 '여론과 정치권의 향방, 그리고 이것이 영향을 끼칠 오너와 그룹 전체 이미지에 극히 민감하다.

      이 상황에서 지금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할 경우. 집단장염이 발생해도 "조사해도 아무 문제 없으니 그냥 팔겠다"며 공분을 산 글로벌 기업의 수익을 국내 대기업이 보장해주는 모양새가 된다. 이른바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힐 상황이다. 투자하는 즉시 그룹 이미지는 물론, 오너에 대한 비판까지 한꺼번에 받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PEF)들도 마찬가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투자금을 모은 한국 기반 PEF들의 경우. 투자자 대부분이 국민연금이나 주요 공제회 등 공공기관 성격이 강한 곳들이다. 술ㆍ담배 등 유해산업 투자가 금지됐듯이 부도덕한 오너와 글로벌 기업의 투자회수를 위해 국내 공공자금이 활용된다는 평판도 반드시 피해야 할 대목이다. 제 아무리 펀드 운용에 대한 독립성을 갖춘 블라인드 펀드라고 해도 국내 투자자(LP)에게 이를 설득하기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돈이 부도덕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익 확보에 활용됐다"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인 형국이다.

      최근 진행된 한국피자헛 매각에서도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염브랜즈와 피자헛 본사의 탈한국 움직임은 암암리에 거론됐으나 결국 대기업이나 대형PEF가 아닌 개인주주가 있는 투자회사가 나서 성사됐다.

      한국피자헛도 마찬가지로 수년간 '매각'을 공식부인했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갑질논란으로 여론의 철퇴를 맞았다. 역시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매매계약을 체결됐다. 국내 330여개 매장에 대한 권한이 투자회사 '케이에이치아이'(옛 케이에이치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오차드원' 에 팔렸다. 케이에이치아이는 위생용품 기업 모나리자 회장 등을 역임하다가 매각했던 김광호 회장이 100% 대주주인 투자회사다. 양측 모두 매각가격을 비공개 조건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콧대높은 맥도날드...새 파트너는 본사 '호구' 될 가능성도 

      악재는 더 남아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다른 외국계 법인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재무제표와 회사 상황에 대한 데이타를 일절 공개하지 않는 '유한회사'로 등록해 법의 사각지대를 피해갔다. 회사가 밝히지 않는 다음에야 재무제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이익이 났는지 적자가 났는지 등을 알 길이 없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나서 외국계 유한회사에 대한 감시강화와 공정한 정보공개 차원에서 이들도 재무제표를 공시하도록 '외감법'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규제개혁 완화'라는 명분을 내걸어 이에 대한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서는 이에 대한 다채로운 보완책이 거론되고 있다. 또 외국계 법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제대로 된 세금이나 비용 처리 없이 본사로 송고하는데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처한 과당경쟁 상황은 매각을 더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한국맥도날드의 국내 매장수는 약 300여개. 하지만 국내에는 무려 1200여개 매장과 대규모 유통채널을 가진 롯데리아의 파워가 막강하다. 게다가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소비자 입장에서 항상 '대척점'에 서있는 경쟁회사로 인식돼 있다.

      한국맥도날드 인수자가 본사에 수수료를 갖다받치고도 남을 만큼 수익을 더 내려해도 쉽지 않다. 새 메뉴를 개발해도 롯데리아가 더 좋은 메뉴를 개발해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행여 이익을 더 내겠다고 햄버거 가격이라도 올린다면? 저렴한 메뉴를 찾아 맥도날드를 찾은 소비자들이 롯데리아로 옮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니 한국맥도날드 사업자는 고정비 지출은 꼬박꼬박 내고, 높은 수수료는 매년 갖다바치면서, 이익 확대를 위한 도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맥도날드는 본사의 4개 지역분류 가운데 '고성장 시장'(High Growth Markets)에 속해 있다. 글로벌 사업부문에서 보면 매출 비중은 낮지만 그만큼 고수익을 기대하는 시장이다.  그만큼 한국맥도날드를 운영할 새 파트너에게 지워질 짐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근 맥도날드 인도법인 사태가 보여주는 교훈(?)에 대한 지적도 있다.

      맥도날드 본사는 최근 인도 현지 파트너인 파트너였던 콘노트플라자 레스토랑이 "프랜차이즈 계약조건을 위반했다"며 인도 북부와 동부지역에서 운영하는 점포 160개를 전부 폐쇄했다. 로열티 미지불과 매장여건 문제가 원인이라고 맥도날드는 밝힌 반면, 현지 파트너는 맥도날드의 과다요구를 따지는 상황이다. 자칫 한국맥도날드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결국 한국맥도날드 매각은 차라리 지난해에 성사되었어야 할 사안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으로서는 매각이 성사되면 본사로부터 인센티브가 기대되는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매각을 기대하는 주체도 딱히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