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버코리아, 2년 내 팔아라" 컨설팅 받고 '순진한 원매자' 찾은 베인-골드만
차준호·경지현 기자 | chacha@chosun.com | 2017.10.1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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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직후 15억짜리 컨설팅…"오래 투자할 회사 아니다" 결론
워렌 버핏에게 매수될뻔하다 실패한 유니레버의 다급함(?)
"펀드 매니저 얼마나 가져갈까"…초미의 관심사

카버코리아의 ‘대박’에 투자업계 종사자들의 온 관심이 쏠리고 있다. KKR의 OB맥주·어피니티의 로엔 매각에 이어 '국내 3대 M&A’로 벌써부터 회자된다. “사실상 올해의 딜(Deal)은 따놓은 것 아니냐”는 푸념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OB맥주와 비교하면 싸게 사지도 않았고 시장 환경은 더더욱 나빠졌는데도 회수에 성공했다. 관심사는 한 가지. "어떻게 이런 거래가 가능했느냐" 혹은 "비결이 무엇인가"

◇ 베인컴퍼니 "빨리 팔아라" 조언…마케팅 부대표 영입·고급 이미지에 총력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ASSG가 공동 투자했지만 실제 주도권은 '베인'에 있었다고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그리고 베인캐피탈은 출신 성분답게 출발점을 '컨설팅'에서 찾았다.

베인캐피탈은 카버코리아 인수 직후부터 분주히 회수 전략을 짰다. PE의 모태 격인 베인앤컴퍼니에 약 15억원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는 간단했다. 카버코리아가 2년 후에 팔아야 할 회사인지 혹은 중·장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회사인지 판단해 달라였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 인수 당시 예상대로 단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팔 회사라는 결론이 나왔고, 이후 이를 목표로 세부적인 ‘마일스톤’을 정해 철저히 관리해왔다"고 귀띔했다.

이후 이들은 베인앤컴퍼니 출신으로 아모레퍼시픽에서 경험을 쌓은 화장품 통(通) 임정아 씨를 마케팅 총괄 부대표로 영입했다. 이로써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동시에 고급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온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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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올 초 70억여원을 들여 할리우드 스타 '앤 해서웨이'를 대표 브랜드 A.H.C의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국내 광고시장에서 S급으로 분류되는 전지현 씨의 연간 광고 모델료가 7억~10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을 했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인수 직후부터 올해 5월까지 매달 15억원 안팎의 비용을 TV광고비로 지출했고 매출 판로 확대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TV홈쇼핑 판매 물량 확대를 통한 단기간 실적 부양도 이어졌다.

카버코리아 매출은 2015년 1565억원에서 베인-골드만에 인수된 지난해 매출 4295억원으로 뛰었다. 이는 전년 대비 147.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2.6% 증가한 1804억원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약 500억원에서 약 1830억원으로 고속성장했다.

한 증권사 화장품 담당 연구원은 "카버코리아가 지난해 2015년 대비 4배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은 홈쇼핑 매출이 늘었기 때문인데 사실상 고점을 찍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사정을 모르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카버코리아는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베인캐피탈과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회사' , '한창 잘 나가는, 그래서 모델료도 비싼 앤 헤서웨이를 기용한 회사', "동양의 신비로운 화장품 강국인 한국에서 탄생했고 매출도 드라마틱하게 쑥쑥 커지는 회사'.

◇ 제 발로 찾아온 글로벌 '쩐주' 유니레버…"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인수측인 유니레버의 '특수 상황'도 매각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올해 초 워렌 버핏이 보유한 크래프트 하인츠(Kraft Heinz)로의 매각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역대 글로벌 M&A 규모 2위까지 거론됐던 거래가 '백일몽'으로 끝난 것이다.

꿈이 깨지자 현실이 다가왔다. 시장 및 투자자들은 당장의 성장 둔화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비누 도브 등)·화장품(바셀린 등)·식료품(립톤)·화학약품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해당 사업들의 수익성 및 성장성은 지속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회사는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남성용 면도기 제조업체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스킨케어 제조사 뮤라드(Murad)·더말로지카(Dermalogica) 등을 인수하며 프리미엄 화장품 사업 확장을 꾀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A.H.C 아이크림 등 스킨케어·메이크업 분야에서 노하우를 갖춘 카버코리아 인수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직접 나서 자사주 매입 등 주주 친화 정책을 당분간 중단하고 실탄을 M&A 등 공격적 사업 확장에 쓰겠다 선언하기도 했다. 베인캐피탈 등 매각 측 입장에선 절호의 기회이자 생각지도 못한 글로벌 '쩐주'가 제 발로 찾아온 셈이다.

아시아 화장품 시장을 노린 유니레버의 과감한 베팅에 시장의 평가는 벌써부터 냉담하다. 실제 인수계약 소식이 전해진 직후 현지 투자자들과 블룸버그·뉴욕타임즈 딜북 등 언론은 벼랑 끝에 몰린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paying top whack at the peak)에 샀다는 의견을 차례로 내놨다.

◇ 스타로 떠오른 베인캐피탈 매니저들…"얼마나 벌고 얼마나 세금낼까?"

이번 거래로 그간 한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적었던 베인캐피탈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졌다. 한국 전담팀을 꾸리자마자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 거래를 총괄하는 이정우 베인캐피탈 전무(사진)에 대한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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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베인캐피탈의 그간 한국시장 성적은 초라했다. 지난 2014년엔 컨소시엄을 꾸려 ADT캡스 인수에 나섰지만 최종 후보에도 들지 못했다. 같은 해 동양시멘트 인수도 기웃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웃나라 일본 M&A시장을 꽉 잡고 있다는 평가에 비해 한국에서의 성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2015년 아시아 대상 3호 펀드(30억달러)를 결성한 후 조금씩 달라졌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때 맥킨지 출신 이정우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MSPE) 상무를 영입해 한국 총괄 자리를 맡겼다. 이어 쉽지않았던 카버코리아 인수를 단행했다. 또 다른 PEF 경쟁자를 제치고 1조원대 휴젤 인수를 소리소문 없이 단행했다. 이제는 연휴 직전에 업계를 깜짝놀래킨 대박 엑시트 작업을 이뤄냈다

이정우 대표는 모간PE 내에서 한화L&C·놀부 인수에 참여했다. 대기업 거래는 물론 중소·중견기업 오너들과의 쉽지 않은 협상을 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조찬희 메릴린치 상무와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경영대학원) 동문이자 막역한 사이로 휴젤 인수 작업을 함께 맡기도 했다.

'매각 차익 1조5000억원·내부수익률(IRR) 400%' 이라는 압도적 숫자 탓에 이정우 대표 등에게 과연 얼마만큼 성과보수(Carried Interest)가 떨어질 것이냐에 대한 관심도 높다. 펀드 전체 성과와 내부 분배 조항에 따라 갈리겠지만, 이번 거래로 인한 총 성과보수(Carry)만 단순 계산으로 최대 3000억원(IRR 8% 이상 20% 분배 가정시)에 달할 전망이다. 동시에 이런 이익에 대해 베인캐피탈과 펀드매니저들이 한국에 낼 세금 부분에 대한 관심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04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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