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벌자고 투심위 거쳤나"...힘 빠지는 인수금융 대주단
김진욱ㆍ위상호 기자 | marketwarrior@chosun.com | 2017.10.1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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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버코리아, 차환 두 달 만에 매각 결정
매각 시 상환 및 중도 상환 수수료 없어
기관 "투심위 등 절차 까다로웠는데…"

화장품제조업체 카버코리아(Caver Korea)가 매각된다. 보유 기간 대비 차익이 커 '잭팟'이라는 평가지만, 인수금융 대주단은 불만이다. 차환 두 달여 만에 상환받게 된데다가 중도 상환 수수료도 따로 없어 기관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하는 상황이다.

유니레버는 지난 25일(한국 시간) 오후 카버코리아 지분 95.39%를 22억7000만유로(약 3조6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중 베인캐피털ㆍ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의 지분율은 60.39%. 1조9400억원 상당으로 2016년 인수가(약 4300억원)의 네 배를 넘는 금액이다.

조건(term) 상 차주가 투자 회수(exit) 시 인수금융은 상환된다. 컨소시엄이 인수금융을 차환(refinancing)한 것은 지난달 초. 코스메틱스이슈어홀딩스(Cosmetics Issuer Holdings DAC)를 차주로 총 3300억원을 대출했다. 만기 3년에 선순위대출 2300억원ㆍ중순위대출 700억원 규모다. 지난해 인수금융 신규 조달 당시(선순위 890억원ㆍ중순위 445억원)보다 금액을 크게 늘렸다. 5%대 초반이었던 선순위 금리도 4%대 중반까지 낮췄다.

차환에 참여한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매각 등 이유로 인수금융을 상환할 경우에는 중도 상환 수수료를 기대하기 어려워 이점이 없다고 봐도 된다"면서 "인수를 위해 투자심의위원회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는데 몇 달 벌자고 그 고생을 했나 싶다"고 전했다.

한 인수금융업계 관계자도 "인수금융을 조달한지 얼마 안 됐다고 차주의 회수를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주관을 맡는 금융사는 (중도 상환 수수료가 없더라도) 투자 기록(track record) 및 차주와의 관계 등 얻을 게 있지만, 대주단으로 참여한 인수사는 다소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라시멘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6월 베어링프라이빗에퀴티아시아가 5년짜리 4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차환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매각 작업에 착수해서다.

당시 베어링PEA는 한라시멘트 지배 기업 라코(현재는 한라시멘트와 합병)를 차주로 4800억원을 조달했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퀴티가 보유한 전환사채(CB) 및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을 위해서다. 차액으로는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만기는 5년으로 설정했지만, 베어링PEA는 곧 매각에 돌입했다.

베어링PEA가 보유한 한라시멘트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약 98%. 베어링PEA는 이달 중순 아세아시멘트ㆍ성신양회ㆍ아주산업ㆍLK투자파트너스 등 네 곳을 적격 인수 후보(short list)로 선정, 오는 11월 초 본 입찰을 치를 전망이다. 한라시멘트 인수금융도 매각 시 상환되는 조건이다. 마찬가지로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다.

이 같은 '대주단 잔혹사'가 최근에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말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ING생명이 대표적이다.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PEF가 공익적 성격을 띠는 생명보험사를 인수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권ㆍ노동계가 반발했지만,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참여한 국민연금관리공단ㆍ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이 공공성을 '보강'하면서 거래가 간신히 종결(closing)됐다. 그러나 MBK파트너스는 2015년 말 자본 재조정(recapitalization)을 추진해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안 될 거래'를 공적 기관이 대주단으로 참여해 성사시켰더니 1년 반 만에 금리 낮추고 배당 늘린다고 자본 재조정에 나서 일부 기관투자자의 공분을 샀다"고 설명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9월 27일 09:3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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