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제한 풀려도...한국GM 3兆 차입금이 '연결고리'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7.10.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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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이달 産銀과 협약 만료로 한국GM 매각·철수 가능
실적 악화에 막대한 차입금 부담…매각 실익 크지 않아
3兆 빌려준 GM, 이자 및 각종 부수 이익 요소 여전
자산 매각·구조조정 가능성 거론…産銀 견제 수단 없어

한국지엠 실적

GM이 보유한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이 조만간 풀린다. 당장 GM이 철수 절차를 밟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매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고, GM이 한국GM에 지원한 3조원대 대여금에서 연간 수천억원의 이자를 받아가는 등 아직 거둬갈 수익이 남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GM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국 사업장의 효율성 제고에 매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GM과 산업은행은 2002년 한국GM 설립 때부터 주주관계를 이어왔다. 2대주주 산업은행은 협약에 따라 최대주주 GM의 주요 의사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Veto)를 가지고 있다. GM이 한국GM 자산 20% 이상을 처분하기 위해선 산업은행의 동의가 필요하고, 다른 자동차 업체에 한국GM 주식을 매각할 수도 없다.

GM과 산업은행간 협약의 유효기간은 오는 16일까지다. 이후엔 한국GM 자산 처분은 물론, 지분 매각을 통한 철수도 가능해진다. 올해 부임한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직전 부임지였던 인도를 비롯해 여러 글로벌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여전하다.

그러나 GM이 한국GM 매각을 통한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을때 얻을 것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갈수록 국내 생산 차종을 줄여온 GM의 전략 영향이 있고, 적자 내역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됐으나 회사의 체력 약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영권 지분을 내놓아도 큰 돈을 쥐기는 쉽지 않다. 산업은행도 한국GM 지분 가치를 0원으로 보고 있다. 지분을 거저 내놓는다 쳐도 막대한 빚을 진 회사를 떠안을 곳이 있을지 의문이다. 강성 노조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매각이 아니라면 GM이 한국 시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GM과 관계를 한 번에 정리하기 쉽지 않고, 아직 한국GM에서 얻어갈 수 있는 것도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GM은 작년 말 기준 차입금이 3조원에 달하는데 모두 GM 관계사들로부터 빌린 돈이다. 차입금 중 상당액이 2012년 이후 채권단 보유 우선주를 사들이는 데 쓰였다. 이 차입금의 존재가 GM과 한국 시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언젠가 차입금을 회수해야겠지만 당장 얻는 이자 수익도 쏠쏠하다. 작년에만 한국GM으로부터 1300억원 이상을 받아갔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차입금 금리가 높다는 문제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으나 GM은 미국 세법이나 조달금리 등을 이유로 조정을 거부해왔다”며 “GM이 한국 사업을 포기할 거였다면 차입금을 이렇게까지 늘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한국GM에 재무 및 자금, 회계, 세무 등 포괄적 업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도 막대한 금액을 받고 있다. 2015~2016년에만 1100억원 이상의 업무지원비를 챙겼다. 유럽과 러시아 등 주요 글로벌 시장 철수 때면 한국GM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나눠지기도 했다. 한국GM은 지난달 판매량에서 쌍용자동차에도 뒤지며 완성차 3위자리마저 위태해졌으나, 한국은 여전히 GM의 5대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카젬 사장은 꾸준하게 철수설을 부인하며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키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차 도입과 프로모션을 통해 반등의 기회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당장 실효를 거둘 만한 카드는 구조조정 정도다. 한국GM의 국내 사업장 4곳 중 크루즈·올란도 등 준중형 차량을 생산하는 군산공장의 최근 가동률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초 출시한 신차 올뉴크루즈의 지난달 판매량은 400여대 수준이었다. 경쟁 차량인 아반떼(현대차)의 1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견제 장치가 사라지고 나면 한국GM이 적자를 이유로 유휴 공장 설비나 부지를 매각하거나 직원들의 고통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근무 시간이 줄어드는 등 사회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제한 해제 후 산업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다. 회생절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가치 없는 보유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정도다. GM에 협약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주감사권 행사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앞으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GM이 이제 와서 국내 금융회사 돈을 빌려 감시자를 늘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GM은 수년 전 한국GM에 자금을 빌려주며 한국 공장을 담보로 잡으려 했지만 산업은행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앞으론 이러한 견제 수단도 없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정책의 핵심인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결정권을 쥔 GM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내다봤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1일 15:5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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