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신동빈 회장'만 보이는 롯데지주
김은정 기자 | ejk0829@chosun.com | 2017.10.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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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출범의 닻을 올렸다. 신동빈 회장과 함께 롯데지주사의 공동 대표를 맡은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은 "롯데지주 설립은 롯데그룹 역사에 이정표를 세우는 일"이라며 지주사 체제의 중요성을 알렸다.

방향을 알려줘야 할 '이정표'에는 롯데만의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밑그림은 없었다. 화려하고 규모도 컸던 출항식이 그다지 완성된 느낌이 아닌 반쪽짜리 식이었다는 인상을 준 결정적 배경이다.

아직 남은 절차가 많이 남은, 출범 초기라는 점을 고려해도 롯데지주는 특별한 역할이나 기능이 없는 모양새다. 신동빈 회장의 1인 지배체제를 굳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주나 각 사업회사의 성장성 및 구체적인 계획은 보이질 않았다.

지주 역할에 관해선 ▲수익성 중심의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부동산 등 보유자산 효율화 ▲신흥 해외시장 사업 확대 등 두루뭉술한 내용만이 공개됐다. 경영진은 순수지주회사가 갖춰야 하는 너무도 당연한 역할들을 설명하는데 일정 시간을 할애했다. 명확한 비전을 원한 주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지주회사-경영혁신실-BU(비즈니스유닛) 간의 관계 설정도 실패한 모습이다. 경영혁신실 기능 대부분은 롯데지주로 편입될 전망이다. 연초 야심차게 출범한 경영혁신실은 8개월 간 가동된 임시 조직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경영혁신실과 함께 설립된 4개 부문의 BU는 지주와의 일부 역할 중복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세 조직·기구 간의 교통 정리는 불명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롯데지주의 자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나 핵심 자회사가 될 롯데쇼핑의 경쟁력 강화 계획을 충분히 듣는 기회도 되지 못했다. 롯데쇼핑의 당면 과제인 중국마트 매각 건은 그저 연내 매듭을 짓겠다는 표면적인 계획만 언급됐다. 유력 매수 후보가 존재하는지, 헐값 매각을 피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선 롯데 고위 관계자들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지주사 전환이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작업이란 것을 재입증한 셈이다. 신 회장의 경영권 강화는 지주사 체제의 구체적 그림이 짜여질 당시부터 숱하게 거론돼왔다.

롯데 측은 롯데제과가 지닌 그룹 내 상징성을 고려해 제과를 중심으로 한 지주 체제를 선택했다 밝혔지만 시장의 해석은 달랐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회장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요소들을 지닌 계열사란 의견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도 각 자회사의 경영 활동이 사업보다는 지주회사의 요건을 맞추고 신동빈 회장의 경영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갈 것이란 시각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번 지주 출범의 의미가 각 당초 롯데가 밝힌 대로 그룹의 투명성을 높이고 식품·제과 부문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선 롯데지주의 초기 역할이 명확한 사업 활동 계획을 보여주는 것에 방점이 찍혀야 할 필요성이 커 보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0월 13일 09:4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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