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현대라이프...증자 당위성에도 '물음표'
입력 2017.10.16 07:00|수정 2017.10.17 10:37
    7월말 누적 기준 초회보험료·수입보험료 전년대비 급감
    녹십자生 인수 후 경영 전략 바꾸고 또 바꾸고
    대규모 증자 받아도 문제...파격 앞세운 전략 반복할 당위성 부족
    •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영업 실적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일부 지표는 녹십자생명 인수 초기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 5년 간 급진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보험업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평가가 따른다.

      소매영업을 줄이며 실패를 자인했지만, 주주의 추가지원을 받는다 해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업력이 망가진 상황에서 자본만 늘리는 게 해법이 될순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생명의 지난 7월 말 기준 초회 수입보험료는 139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조원을 기록한 초회 수입보험료의 14%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초회보험료는 신규 계약자가 가입시 최초로 낸 보험료로 보험사의 영업력을 가늠할 수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올해 신규 계약자의 수와 가입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수입보험료 역시 급감했다. 지난해 말 기준 1조9000억원에 이르렀던 수입보험료는 올해 7월 말 기준 7000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1조원을 보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30%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수입보험료의 99%를 차지하던 개인 수입보험료의 규모가 크게 줄면서 전체 수입보험료는 절반 이상 떨어졌다.

      7월 누적 지표이긴 하지만 연말까지 관련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달부터 개인 영업을 포기하고, 관련 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거점지역 5개 지점만 남기고 모든 지점을 폐쇄하기로 했고, 법인보험대리점(GA)와 방카슈랑스 채널 제휴도 모두 중단했다.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이후 개인 영업에 치중되어 있던 사업구조를 고려하면 현재 악화한 실적을 빠른 시일내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당시 20위권 수준이었던 녹십자생명의 영업 수준으로 돌아가거나 그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금융업종 중에서도 가장 장기적으로 상품을 운용해야 하는 보험업에서 현대라이프생명의 즉흥적인 태세 전화는 회사를 더욱 위기로 몰고 갔다. 그동안 현대라이프생명은 보험업에서 볼 수 없었던 행보로 주목 받아왔지만, 사업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사업전략을 크게 바꾸는 중구난방식의 태도를 보였다.

      업계에서 인기를 끈 현대카드 제로에서 착안한 상품도 내세웠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자 결국 단종시켰다. 마트에서 보험을 팔며 개인의 접근성을 높히려 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험업계의 관계자는 "비자발적 성격이 강한 상품을 자발적인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판단한 점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한계를 느낀 회사는 경쟁 생보사들과 비슷한 성격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대면채널, 방카슈랑스 급격히 늘리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전통적 채널을 다변화한 덕분에 지난해 초회 수입보험료는 인수 이후 가장 높은 1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2300억원 규모의 누적적자와 160%대까지 떨어진 지급여력(RBC)비율을 제고하기 위해 또다시 개인 영업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전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 구조조정 성과를 바탕으로 주주에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대차 그룹의 지원 여력도 크지 않은데다 대만 푸본 그룹의 추가 투자 가능성도 낮아 관련 업계에서도 이들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대규모 증자가 성사된 이후도 만만찮다. 낮은 RBC비율과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은 형성되지만, 보험업계에서 다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은 부재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요원하다"면서 "대규모 자본 투입한 이후 지금까지 시도했던 파격적인 상품을 다시금 내세울 당위성도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