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멘트 인수전, 후보간 물밑 연합전선 구축 '한창'
입력 2017.10.17 07:00|수정 2017.10.18 09:43
    성신양회는 신생 PEF, 아세아는 産銀과 연합 모색
    LK투자-한일 재연합 가능성…아주는 자체자금 여유
    • 한라시멘트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각 인수후보들의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도 물밑에서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13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한라시멘트 매각자 측은 다음달 3일 본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아주산업, LK투자파트너스 등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들은 추석 연휴로 느슨했던 실사 작업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한라시멘트 M&A에선 그간 기회를 잡지 못했거나 시장 영향력 확대를 원하는 인수후보들의 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인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군 물색에도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 성신양회는 신생 사모펀드(PEF)인 페레그린인베스트먼트와 손잡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높은 반면 현금성자산은 거의 없다. 그간 채권단도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것을 우려해 M&A 추진에 회의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 인수가 어려워 우군을 찾는 모양새다.

      성신양회는 수년 전만 해도 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일련의 대형 M&A에 불참하며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한라시멘트 인수전 참여는 또 경쟁사에 기회를 놓칠 경우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성신양회 입장에선 자금력을 보완해 줄 투자자와 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한라시멘트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향후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부담은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멘트사인 아세아시멘트는 순차입금이 마이너스고 1000억원가량의 현금성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아 차입 여력도 넉넉한 편이란 평가다.

      이미 든든한 우군도 있다. 산업은행은 삼표시멘트, 현대시멘트 등 주요 시멘트 M&A에서 성과를 거둬왔는데 이번엔 아세아시멘트 인수 자문사로 나섰다. 인수금융도 산업은행이 주선할 것으로 예상되고, 산업은행 PE와 협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른 M&A 업계 관계자는 “아세아시멘트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자기 자금이 많고 재무여력이 넉넉하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산업은행이 인수자문, 차입금 주선, PE를 통한 지분 투자 등 삼표시멘트 M&A 때와 같은 방식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일한 재무적투자자(FI)인 LK투자파트너스는 한일시멘트와 손잡고 현대시멘트 인수를 성공시켰다. 블라인드 펀드가 없어 독자 인수는 어렵기 때문에 이번에도 한일시멘트와 연합전선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FI가 전략적투자자(SI) 손을 잡을 때는 동종업계 경쟁사와 관계를 맺지 않기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합의가 없더라도 투자 기업간 이해상충이 생기기 때문에 다른 시멘트 SI와 손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LK투자파트너스는 “한라시멘트 M&A와 관련해선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아주산업은 6월말 기준 1000억원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주캐피탈 매각 자금도 한라시멘트 인수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7월 아주캐피탈을 웰투시인베스트먼트에 팔아 2866억원을 받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수천억원의 자체 자금이 있는 셈이다. 다만 동종 업계가 아니고 100%에 가까운 지분이 필요한 것도 아닌 만큼 삼표그룹처럼 다른 투자자와 손을 잡을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