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먹거리 찾아 베트남 가지만…수익원은 '불확실'
입력 2017.10.19 07:00|수정 2017.10.20 11:44
    신한금융투자에 이어 KB증권도 베트남 시장 진출
    국내 대형사 모두 베트남에 거점둬
    보이지 않는 수익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 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이 증권사들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수익원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단순히 커진 자본력만 믿고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KB증권이 베트남의 메리타임 증권 인수를 사실상 마무리 지으며 삼성증권을 제외한 대형증권사 거의 모두가 베트남에서 맞붙게 됐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7년,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 시절인 2009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지 법인 지분을 100% 인수해 지난해 2월 ‘신한금융투자 베트남’을 출범했다.

      증권사의 ‘베트남 사랑’은 초대형 IB 사업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국내 투자처가 한정된 상황에서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을 베트남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진출한 시장이다 보니, 관련된 기업자금 조달 등 IB사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베트남 현지의 주식시장만 보고 들어가기에는 시장도 참여자도 작다는 설명이다. 베트남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인구가 2억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의 주식시장 참여 인구조차 채 1%에 미치지 못하는 100만명 안쪽이다. 한 금융권 해외 담당자는 "국민소득이 최소한 1만5000달러는 돼야 증권사 리테일 시장이 열린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최근 베트남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관심사는 현지 국내기업의 자금조달이나, 공기업 등 현지 기업들의 상장, 회사채 발행 등 IB업무 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신한이나 KB등 금융지주사들은 은행-증권-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차원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사 글로벌사업 담당자는 “최근 증권사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이유는 베트남의 개인고객을 상대하기 보다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기업금융에 있다”라며 “국내 금융기업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선진적'이라는 인식과 평판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무기”라고 말했다.

      베트남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IB업무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점도 사실이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초 베트남 최대 에너지기업인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 페트로베트남파워 지분 일부 매각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어 베트남 내 1위 양조회사인 사베코의 지분 일부 해외 매각 검토에 착수했다. 공기업 수십여 곳에 대한 상장 검토도 진행 중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바램처럼 IB업무에서 실질적인 수익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자회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9억원으로 전년대비 절반수준에 머물렀다. NH투자증권 베트남 자회사는 지난해 적자 전환했으며, 신한금융투자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베트남시장 진출 10년이 되어 가지만 주요 비즈니스모델이 주식담보대출 등 중개업무에 그친다는 점이다. 베트남 증시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그치는 등 자본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

      이런 와중에 현지 경쟁은 치열하다. 2010년만 해도 100여곳이 넘던 베트남 현지 증권사 수는 지난해 말 70여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력과 경쟁력이 없는 증권사는 도태되고 있다. 대형 국영기업 거래의 경우 모건스탠리·CLSA 등 글로벌 IB와 사이공증권 현지 상위권 증권사가 이미 선점했다. 최근 베트남 1위 현지 바이오시밀러업체 나노젠이 코스닥 상장 의사를 타진했지만, 이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의 공이라기보단 나노젠 2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다.

      이러다 보니 국내 증권사가 커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단 나가보자는 식의 접근방식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해외진출의 가장 큰 원인이 차별화된 역량이나 특정한 경쟁우위 보다는 커진 자본력 때문이란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단순히 한해 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다는 등의 장밋빛 전망과 자본력만 믿고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자는 “베트남 시장이 다른 동남아시장에 비해 조건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접근방식은 위험하다”라며 “결코 우리가 다른 해외사보다 베트남 증권 시장에 늦게 진출하지 않았음에도 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