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신 'PEF' 일감따기 여념없는 컨설팅 빅3
입력 2017.10.20 07:00|수정 2017.10.23 09:50
    글로벌 PEF들, 대형 M&A 거래서 존재감 커져
    컨설팅펌 새 먹거리로 등장…자문료도 쏠쏠
    "PEF와 네트워크 쌓자"…단가 인하 등 경쟁 강도↑
    • 국내 M&A시장에서 전략 컨설팅사들의 글로벌 사모펀드(PEF) 자문 따내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빅3 컨설팅사의 단골손님은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였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에 대한 신뢰도 저하 등으로 인해 대기업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빈도수가 줄었다.

      그 공백을 KKR·베인캐피탈·TPG 등 글로벌 PEF들이 매우는 모양새다. 맥킨지·BCG·베인앤컴퍼니 모두 PEF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담 조직을 두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맥킨지는 올해 KKR의 LS오토모티브 인수에서 KKR의 실사 및 인수 과정을 도왔다. 맥킨지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KKR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BCG는 최근 한 이사급 인력에 PEF RM(Relationship Manager·영업담당) 직급을 주고, 해당 인력을 중심으로 PEF 전담 조직을 꾸렸다. BCG는 올 상반기 랜드마크 딜로 거론되는 MBK파트너스의 대성산업가스 인수 과정에 참여했고 인수 후 현재까지도 중국 자회사 구조조정 등 정비 작업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M&A업계 관계자는 "PEF들은 한번 일을 맡겼던 곳과 계속 일을 하는 경향이 있어 네트워크를 돈독하게 쌓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베인앤컴퍼니는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PE본부를 꾸렸다. 2~3년차 주니어급 인력을 관계사 베인캐피탈에 파견, PEF 관련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해왔다.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카버코리아 인수와 매각에서도 톡톡한 역할을 했다. 독립계 PEF로 고유색을 갖춰가고 있는 한앤컴퍼니도 베인앤컴퍼니의 주요 클라이언트로 알려진다.

      3사 간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다른 M&A업계 관게자는 "과거엔 거래 상대방으로 PEF를 만나면 항상 베인앤컴퍼니를 활용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도 "요즘은 맥킨지나 BCG가 PEF 프로젝트 따내기에 혈안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뜸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PEF 관계자들은 이 같은 움직임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PEF가 주도하는 M&A거래에선 회수(Exit)를 염두에 둔 기업가치 올리기가 여전히 제1순위 목표다.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구조인 셈이다.

      반면 대기업 주도 M&A 거래에선 기존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가 핵심 평가 요소인데다, 기업 내부 인력들의 역량이 전략 컨설팅 못지않게 성장했기 때문에 컨설팅펌을 쓸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력 사업인 국내 대기업 자문 시장에서는 BCG의 웅진그룹 자문 사례, 맥킨지의 LG그룹 컨설팅 사례 등 선 각 컨설팅사들의 해묵은 과거 실패 사례들이 여전히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략 컨설팅사 관계자는 “특히 시장에 BCG가 웅진이 신사업 태양광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보다는 채권 발행 쪽에 집중 해야 한다 등 각종 실패 사례들이 그룹 안팎에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당시 웅진과 엮인 경험이 있는 BCG 컨설턴트들의 몸값이 바닥을 쳤다는 이야기가 팽배했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고위 임원 중 컨설팅 출신 비중이 큰 두산만 해도 회의 때 항상 컨설팅사의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한 보고서로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부사장 등 임원들이 나가면 실무진들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판단한 보고서냐, 우리가 더 잘 아는 산업이다'라는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PEF 관련 프로젝트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벌써부터 단가 인하 등 경쟁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교적 비싼 몸값을 고수하는 맥킨지가 PEF영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각 회계법인들 역시 실사를 바탕으로 컨설팅 업무까지 수주하려는 '패키지' 전략을 꾸리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네모파트너스도 MBK파트너스의 딜라이브(옛 씨엔엠) 매각 준비를 위한 컨설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국내 기반 중견급 컨설팅사들도 PEF 자문 영역에 뛰어들어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TPG·PAG 등 글로벌 PEF도 아직 확실한 파트너를 정해놓진 않고 컨설팅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실력보다 영업에 치중해온 맥킨지에 대한 불만도 감지되기 시작하면서 3사간 PEF 자문을 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