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화해 무드?…벤처투자업계는 여전히 '반신반의'
입력 2017.11.15 07:00|수정 2017.11.17 12:20
    갈등 봉합에도 "언제든 다시 막힐 수 있다"
    中 보복성 조치로 펀드 결성·집행도 차질
    "중단된 것들 한두 가지 아냐…해결 방안 안보여"
    • 한·중 양국이 '사드 갈등'을 봉합하면서 벤처투자업계도 표정을 달리하고 있다. 당장 중국 기관·기업의 펀드 출자를 비롯해 중국 관련 투자가 원활해지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편에선 예전 수준으로 관계가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정치·군사적 갈등이 재발하면 언제든 '죽(竹)의 장막'이 드리워질 수 있다는 점을 몸소 경험하면서다.

      최근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중 간 진행돼 왔던 사드 문제와 관련한 합의 결과문을 중국 측과 동시에 게재했다. 작년 7월 정부의 사드 배치 공식 발표 이후 본격화했던 중국의 보복성 조치와 이를 둘러싼 갈등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이른바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 관련 투자 활동이 막혔던 벤처투자 업계도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벤처캐피탈(VC) 업체들은 투자한 벤처·스타트업들의 중국향(向) 거래가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자본의 펀드 출자와 국내 벤처기업의 중국 현지 기업 투자도 한층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정부 발표 일주일 전에 투자를 검토하다가 중단된 중국 현지 게임사로부터 계약서를 다시 조율하자며 연락이 왔다"며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불안감도 여전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벤처투자 업계 표정은 복잡 미묘하다. 중국은 정부 입장에 따라 바로 태도가 바뀌는 사회주의 국가란 사실을 이번 갈등을 통해 새삼 느꼈다.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짊어질 곳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관련 투자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수 있다는 풀이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VC 업체 운용역은 "업계에선 '중국이 괜히 왕서방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며 "다시 중국을 신뢰할 수 있겠냐는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당장 차질을 빚었던 중국 투자 테마 펀드의 결성·집행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가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방 정부나 기관·기업이 출자를 확약한 국내 벤처 펀드 가운데 약속한 출자금을 받지 못한 펀드가 적지 않다. 대다수 벤처펀드는 운용사가 투자처를 정하면 출자자(LP)가 자금을 주는 캐피탈 콜 방식으로 운용되는데 사드 갈등 전까지 문제없던 납입이 갑자기 막혔다는 설명이다.

      SV인베스트먼트가 2015년 결성한 460억원 규모의 한중문화-ICT융합펀드는 갑작스러운 중국 출자자의 자금 납입 거부로 고충을 겪었다. 해당 펀드의 출자자였던 중국 투자자가 사드 문제가 격화된 이후 진행된 3차 캐피탈 콜에서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납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중국 현지 투자가 중단되고, 펀드가 투자한 모 드라마의 중국 진출도 무산됐다. 1~2차 납입은 문제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 결성 직전 사드 갈등과 그로 인한 보복성 조치들이 본격화하면서 1년 전 시작했던 자금 조달 작업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펀드도 있다.

      지난해 11월 문체부의 한중문화콘텐츠펀드 2호 운용사로 선정된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출자자가 돌연 취소하면서 해당 펀드를 한중문화콘텐츠펀드에서 아시아펀드로 투자 테마를 바꿔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중국 출자자 참여가 결성 조건이었던 펀드였는데 이례적으로 문체부, 한국벤처투자, 국회의 동의 절차까지 밟으며 펀드 테마를 바꿨다"며 "펀드 테마가 바뀌고 투자 집행이 안되는 등 크고 작은 여파가 컸기 때문에 갈등 봉합을 발표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상황이 바뀔 것 같진 않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