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드 맞추고 해외투자 유치…'일석이조' 주목받는 그린본드
입력 2017.11.17 07:00|수정 2017.11.21 09:45
    한전 등 공기업 외 민간 기업도 발행 문의
    친환경 정책 보조 맞추고 국내외 이미지도 제고
    • 국내 공기업과 일반 기업들이 그린본드(Green Bond)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투자자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달 말 그린본드 발행을 목표로 이번주부터 투자자 모집을 위한 딜 로드쇼(Roadshow)에 들어갔다. 발행규모는 3억~5억달러로 한국전력은 태양광·전기차 충전소 등 친환경 발전 투자에 조달 자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크레디아그리콜(CA)이 발행 주관사를 맡았다.

      최근 그린본드 발행에 나서거나 검토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입은행, 현대캐피탈이 그린본드를 발행했고 올해엔 KDB산업은행, 한진인터내셔널이 그린본드를 통해 각각 25억달러, 10억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최근 외국계 증권사에 발행을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도 정부 코드를 맞출 의도로 그린본드 발행 문의를 했다"며 "그린본드 발행 요건이 있는데 핵발전은 해당 요건에 포함돼 있지 않고, 수력발전은 비중이 크지 않아 방법을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투자 시장에선 향후 2~3년 간 국내 기업들의 그린본드 발행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발 맞출 수 있어 기업들의 발행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그린본드 스터디가 진행되고 있고, 씨티글로벌마켓증권처럼 그린본드 팀을 꾸린 곳도 나오고 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춤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을 수 있어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블랙록·피델리티 등 글로벌 PEF(사모펀드) 중에서 그린테마에만 투자하는 곳도 적지 않고 그 외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아 해외 투자자 유치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 글로벌 시장에선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윤리적 투자자(ethical investor)'가 늘어나며 그린본드 발행이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시장이 형성될 당시 80억달러(약 9조원) 수준이었던 발행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888억달러(약 99조원)를 기록했다. 올해 말엔 글로벌 그린본드 발행량이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린본드는 채권 발행 자금을 환경 개선 및 전기차, 신재생 에너지 등 '그린(Green)' 프로젝트에만 쓸 수 있도록 목적을 제한한 특수목적채권이다. 투자자 풀(Pool)이 늘어 현재는 일반 채권과 비슷한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

      채권 발행을 위해선 노르웨이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독일 사회적책임평가기관(Oekom)·프랑스 책임투자연구기관(Vigeo)·네덜란드 투자자조사업체(Sustainalytics)로부터 발행 기관·자금 용도 등을 평가받아야 하며 매년 발행 사용내역에 대한 회계감사를 별도로 진행, 증명서(Certificate)를 받고 외부에 데이터도 공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