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호반건설·악연 TRAC…미궁에 빠진 대우건설 매각
입력 2017.11.20 07:00|수정 2017.11.22 09:34
    호반, 꺾이는 주택 경기서 과감한 선택 어려워
    TRAC, 과거 두 차례나 자금 증빙 못했던 악연
    사업 매력도 낮고 産銀 눈높이 낮출지도 의문
    • 대우건설 인수전에 호반건설과 미국 투자회사 TRAC 등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매각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호반건설은 이미 건설 업황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고 TRAC은 오래 전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했다 발을 뺀 악연이 있다. 다른 인수후보들도 매력도가 높지 않은 대우건설에 얼마나 지갑을 열지 의문이다.

      지난 16일 산업은행은 호반건설과 TRAC를 포함해 3~4곳을 대우건설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연말까지 실사를 거쳐 내년께 새 주인이 결정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숏리스트 기업들에 기대감을 보이는 눈치지만 얼마나 강한 인수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호반건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조차 자체 자금으로 해결할 정도로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분양사업을 해왔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주택건설 사업을 중간재가 아니라 소비재라는 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분양 시장이 꺾이고 잔금 납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내부 임원들조차 “회장님이 이미 그 업(건설)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할 정도다.

      호반건설은 과거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한국종합기술, SK증권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관심을 들였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역시 주관사의 권유에 따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매각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의 한 임원은 과거 호반건설의 금호산업 인수 자금 지원을 검토하기도 했다.

      재미동포 사업가 문정민 회장이 설립한 투자회사 TRAC는 이미 2009년 해외 건설업체와 함께 대우건설 인수를 타진한 전례가 있다. 처음엔 투자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했고, 해를 넘겨 다시 인수를 추진했으나 또 다시 자금증빙에 실패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구조 개선은 차질을 빚었고, 결국 산업은행이 사모펀드(PEF)를 결성해 대우건설을 떠안아야 했다.

      당시 거래 관계자는 “당시 TRAC의 재무 능력이 크지 않고, 매각자측에서 인수전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시간이 많이 흘러 자금력이 달라졌을 수는 있지만 인수전에 다시 참여했다는 점은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외에 다른 인수 후보들도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인수 의지와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우건설 가치를 높이 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고, 산업은행이 무턱대고 싸게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내 업체라면 수 년간 호황을 보인 주택분양 경기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그 시장은 2015년을 고점으로 꺾이는 추세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 가치는 공고하나, 남아 있는 먹거리가 넉넉한 편은 아니란 평가가 많다.

      대우건설은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도 이름이 높은 건설사다. 그러나 이름값이 수익성을 담보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원가율이 높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플랜트 설계 능력은 해외 기업들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 한 업체 관계자는 “대우건설 투자설명서(IM)엔 해외 사업 관리를 잘 해서 원가율을 90%대 초반으로 낮출 계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이전까지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았으며 지금 원가율이 거의 100%에 육박하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전에 참여했다 치더라도 산업은행이 흡족할 가격을 써낼 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2010년 미래에셋 등 대우건설 재무적투자자(FI) 보유 주식을 인수하고 유상증자에도 참여했는데 주당 평균 인수금액은 1만5000원 수준이다. 정관 변경을 통해 ‘시장가 매각 원칙’을 정립했지만 원가와 괴리가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매각 지분 시가(17일 종가 6190원)만 해도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사정상 일각에선 차라리 주가가 떨어지는 편이 매각 성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