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헤지펀드 '인력' 빼오기 경쟁...운용역 '대이동' 조짐
입력 2017.11.21 07:00|수정 2017.11.20 16:18
    신한금투·키움證·유안타證 헤지펀드 설립 나서
    부족한 인력 타 증권사에서 빼오기 한창
    철저한 성과주의 바탕 둔 밀레니엄파트너스 모델 고민해봐야
    • 증권사들이 잇따라 헤지펀드 시장에 진입하며 인력 유치 경쟁도 치열해 지고 있다. 기존 내부 인력을 재배치해 활용하는 것은 물론, 경쟁사 인력을 빼오기 위해 치열한 물밑접촉도 불사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기존 인력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연쇄 인력이동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순자산이 13조원 규모로 커지는 등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성숙하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도 속속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헤지펀드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증권도 인하우스 헤지펀드 설립을 위해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핵심 인력인 헤지펀드 운용역은 일단 기존 인력들로 자리를 채운다는 전략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고유자산운용(PI) 인력을 활용해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다른 증권사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기존 인력을 활용해 내부자금을 운용하고, 고객 돈을 유치해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내부인력이 충분치 않은 증권사는 타 증권사 인력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PI 인력의 상당수가 은행계 대형증권사를 포함한 타 증권사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증권사 내부 관계자는 "팀의 상당인력이 타 증권사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업계 특성상 조건만 맞으면 인력 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내부인력으로 헤지펀드를 운용하려는 곳은 직원들의 저항도 감지된다. 해외에선 헤지펀드 매니저는 펀드매니저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고액연봉을 받는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다양한 운용전략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역량이 그만큼 중요하다. 펀드매니저들이 헤지펀드로 옮기려고 하는 이유도 고액연봉이란 ‘과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인하우스 헤지펀드의 경우 기존 PI운용의 확장에 불과하고, 보수도 이전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중소형 증권사 PI 운용 인력은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특별한 준비 없이 헤지펀드 설립에 나서고 있다"며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나 전략 없이 그저 기존 인력들을 활용해 헤지펀드 간판을 거는 곳도 꽤 있다"고 비판했다.

      업계에선 미국계 헤지펀드인 밀레니엄파트너스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시아엔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밀레니엄파트너스는 철저한 성과주의로 운용된다. 국내 자산운용사 인력 중 일부도 홍콩으로 넘어가 일하고 있다. 고액연봉을 통해 글로벌에서 스타매니저를 뽑아오고, 수익을 철저하게 배분한다.

      더불어 성과가 미진한 매니저는 계속해 퇴출시킴으로써 업계 탑 수준의 매니저만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쟁이 심하더라도 철저한 보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겐 '메이저리그'로 통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밀레니엄파트너스는 그들이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를 정도로 글로벌에서 높은 인지도를 쌓고 있는 헤지펀드"라며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매니저만이 살아남을 정도로 경쟁강도가 심하고, 철저한 성과주의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새롭게 출범하는 헤지펀드들도 참고해 볼만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