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발행어음 시장 선점한 한국證, 배 아픈 경쟁사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7.12.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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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첫 날 4141억원, 발행 둘째 날 오후 2시 5000억원 판매 마감. 초대형 금융투자사업자(이하 초대형IB)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 어음 판매 기록이다. 1년에 최대 2.3%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이 '퍼스트 발행어음'은 투자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는 평가다.

한국투자증권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대형증권사 중 가장 먼저 초대형IB 인가를 받았고, 유일하게 어음 발행이 허용됐다. 지난 2006년 7월 한국투자증권이 내놓은 '부자아빠 CMA'가 선풍적인 인기에도 출시 1달이 지나서야 수탁액 1조원을 넘겼다는 점을 고려하면, '퍼스트 발행어음'은 초 단기간 진공청소기처럼 유동자금을 빨아들인 셈이다.

5000억원을 성공적으로 발행한 한국투자증권은 연내 5000억원 추가 모집 시점을 재고 있다. 투자처 및 수요 등을 고려해 연내 총 1조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 4조원, 2019년 6조원, 2020년 8조원 조달이 목표다.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결과도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 보면 호재다. KB증권이 '기관 경고'를 받으며, 삼성증권에 이어 잠재적 경쟁자가 하나 더 줄었다.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은 초조하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한국투자증권이 '독주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 뚜렷하게 선도주자로서의 인상을 남긴데다, 발행 시기나 규모 등 완급 조절 면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까닭이다. 1년 2.3%의 보장 수익에 이끌려 한국투자증권과 첫 거래를 튼 계좌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인터넷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 1년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은 1.5% 수준이다.

후발 주자들은 금리 책정에 있어서도 한국투자증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만큼 주느냐, 한국투자증권보다 조금 더 주느냐 중 고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동시에 발행어음 허가를 내줘 경쟁 체제를 구축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초대형IB 관련 정책 입안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해 상반기, 발행어음업을 금융당국에 가장 먼저 제안한 건 한 은행계 대형 증권사였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월급통장) 업무와 예금자보호가 가능한 종금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허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리테일(소매) 고객 유인 효과는 있지만, 딱히 수익성이나 영업에 큰 도움을 주는 항목들은 아니었다.

증권사에게 어음 발행을 허용하고,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절반을 기업금융에 활용해 모험자본을 공급하자는 아이디어는 획기적이었다. 여기에 어음 초대 발행액은 자기자본의 2배·부동산 관련 투자는 30%까지만 등의 구체적인 시행안이 덧붙여지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초대형IB의 발행어음업은 이처럼 증권업계의 집단지성이 모여 만들어진 제도다. 다만 당장은 이 제도의 혜택을 한국투자증권만 받게 됐다. 경쟁 증권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예전부터 그랬다. 한국투자증권은 정책 변화에 항상 수혜를 받는 쪽이었다. 대관(對官)업무의 달인"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물론 한국투자증권의 독주를 여유롭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지금까진 브로커리지가 주요 업무였던 증권사가, 단기 어음으로 자금을 유치해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에 투자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상못한 리스크가 불거질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어느정도 운용한 후 시장에 참여해도 된다는 판단이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고객예탁금 26조원 등 증시 주변자금은 100조원을 훌쩍 넘은 상황"이라며 "한국투자증권이 최대로 끌어들일수 있는 건 8조원 뿐이고, 선두주자 리스크를 생각하면 아직 해볼만한 여지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한국투자증권에 증권가 안팎의 이목이 쏠린 건 사실이다. 초대형IB 발행어음이라는 상품에 대한 '첫 인상'을 좌우할 중요한 책임을 부여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트레이딩(운용) 부문은 지난 3분기 전년대비 104% 증가한 4537억원의 수익을 냈다. 아직까진 '발행어음 상품'이 증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더 많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1일 15:3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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