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축포 터뜨린 허인號 국민은행…구조조정 없는 성장 가능할까
위상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7.12.07 07:00
Edited by 이재영 팀장 | le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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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서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생산성 향상" 포부
리딩뱅크 탈환했지만 조직 비대해 생산성은 부족
덩치 축소 흐름이나 윤종규 회장 철학과도 괴리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생산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이를 고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조직은 비대하고 본원적 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은행 조직 축소라는 큰 흐름이나 인건비 절감을 꾀해 온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철학과도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3분기까지 1조841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신한은행(1조6959억원)과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외형상 리딩뱅크의 위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실질을 따져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유일하게 1000개가 넘는 채널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이제야 1위에 오른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의 3분기말 1인당 생산성(충당금적립전이익)은 1억5400만원으로 아직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그간 진행된 인력 감축으로 지난해(8600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1영업점당 예수금 규모도 4대 은행 중 최하위다.

생산성

허인 행장은 지난달 취임하면서 “채널 수와 인력 수는 인위적으로 크게 조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디지털 역량 강화와 비용 효율성 확보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도 내실을 더 다져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수장의 발언은 조직 안팎에서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 올해 순이익 규모에서 타 은행을 압도한 배경은 가계 대출이다. 영업의 근간을 이루는 가계 대출 부문이 지난 수년간 호조를 보였고, 별다른 손실 요인도 없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따른 것일 뿐 KB국민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은 아니란 지적이다. 올해 들어선 자의반타의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을 늘려가는 상황이라 부실 발생 가능성도 전보다 커지고 있다.

허인 행장이 강조한 디지털 뱅크, 비용 효율화와도 배치되는 면이 있다. 경쟁사들은 금융권 화두인 디지털 역량 강화를 꾀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할 유휴 인력을 어떻게 조정·활용할 것인지를 두고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비대한 인력과 조직을 유지할 필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후 시중은행들은 점포 및 인력 감축이 가속화했고, 앞으로도 더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은행 조직의 슬림화는 시대의 큰 흐름인데 허인 행장의 발언은 이에 역행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허 행장은 행장으로 결정된 후 윤종규 회장의 경영 철학을 따라 보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취임 일성이 윤 회장의 철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섣불리 그룹이 원하는 역할 이상의 청사진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규 회장은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적극적인 인력 감축을 이뤄냈고, 희망퇴직 프로그램도 연례화했다. 이를 통해 은행의 생산성을 끌어 올렸다. 허인 행장은 윤 회장이 닦아둔 기반과 좋은 실적을 안고 수장 자리에 올랐다. 윤 회장의 업적 중 하나인 대형 M&A도 단순히 자회사 라인업 구축이나 외형 확장에 그치지 않고 가용 자산을 효율화 한다는 의미도 가진다. 앞으로도 과감한 M&A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룹의 허인 행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 허 행장은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대표(전무)를 거쳐 2015년 은행 영업을 총괄하는 영업그룹대표(부행장)에 오른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허인 행장은 그 영업적 능력보다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채널 갈등과 무관하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래저래 윤종규 2기를 연 KB금융지주 입장에선 너무 일찍 나온 허인 행장의 발언이 불편할 수도 있는 셈이다.

허인 행장이 노조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평가도 있다. KB금융은 노조는 윤종규 회장 연임부터 허인 행장 취임까지 모두 반대하며 어깃장을 놓았다. 여기에 노동이사제 도입까지 주장하며 압박하는 상황이라 취임부터 노조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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