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서 1兆 조달나선 삼성重, '관전포인트'는?
입력 2017.12.08 07:00|수정 2017.12.11 09:27
    1조5000억 유증 계획 발표
    계열사 물량 제외하면 1조원 가까이 시장조달
    이재용 부회장 사재 출연 여부 관심
    각 회사 CEO의 의사결정도 지켜볼 일
    • 삼성중공업이 또다시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부재 속에 주주들의 호응을 어떻게 끌어낼 지가 관심사다. 또한 이사회 체제로 전환한 삼성그룹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내년 5월까지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주요 주주인 계열사 물량을 빼더라도 1조원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

    • 이 소식이 나오자 삼성중공업 주주들은 ‘부글 부글’ 끓고 있다. 하루 사이에 주가가 30% 폭락하면서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한 주식투자자는 “대규모 유증 소식에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라며 “사실상 폭탄 돌리기다”라고 말했다.

      이미 금융권에선 삼성중공업에 대한 불신이 크다. 2015년 상반기 대규모 실적을 발표하기 전 산업은행에서 수천억을 빌렸으나, 이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아 산업은행으로부터 응분의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에도 1조원에 달하는 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대주주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했으며, 전체 물량의 20%를 배정받은 우리사주조합이 전량 청약했다. 당시 삼성전자(배정금 1747억원)를 비롯해 삼성생명(335억원), 삼성전기(236억원) 등 계열사 모두 청약에 참여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중공업이 나아진 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회사는 이번 대규모 증자를 발표하며 올해와 내년에 총 7300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증자 참여 결정을 내리기가 이전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달라진 삼성그룹의 분위기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미래전략실이란 그룹 컨트롤 타워가 전체를 통솔했다. 하지만 이사회 체제로 전환한 시점에서도 과연 그룹 차원의 결정이 가능할 것이란 부분이 남아있다. 당장 내년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회사에 삼성전자를 빼고는 사정이 녹록지 않은 타 계열사들이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이 이사회에서 어떻게 논의 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내년에도 적자를 예고한 삼성중공업에 투자한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자칫 계열사 이사회가 '배임' 이슈에 빠질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그룹 보다는 CEO가 전권을 가진 경영체제 인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작동할 지 지켜볼 일이다”라고 말했다.

      직원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각종 주주게시판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불만의 글을 쏟아 내고 있다. 경영진의 무능과 불과 1년 만에 이뤄진 증자에 대한 실망감이다. 직원들은 지난해에 수천만원의 자금을 들여 증자에 참여했던 만큼 그 불만은 더욱 크다.

      거기에다 사실상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따른 직원들의 로열티가 이전과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 수천만원을 들여 회사에 투자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대안이라면 할인율 높게 적용해 투자를 유인하는 것 정도란 평가다.

      한 삼성중공업 직원은 “수 천만원의 자금이 있으면 차라리 코스닥 바이오 업종에 투자하지 누가 조선사 주식을 샀겠냐”라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이 이전 삼성엔지니어링 증자 때처럼 사재를 출연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변수다.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장 이 부회장의 사재출연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는 삼성중공업 증자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의 증자 참여 없이 임직원과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증권사들도 이 부회장의 증자 참여 여부를 공모 성공의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재판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서 투자자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