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A380…빗나간 아시아나항공 투자 전략
입력 2017.12.11 07:00|수정 2017.12.12 14:46
    • 한때 세계 항공사들이 앞다퉈 도입하던 '하늘 위의 크루즈' A380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싱가포르항공이 올 하반기 시장에 내놓은 A380 6대가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고 격납고에 가둬진 신세가 됐다. 싱가포르항공은 올해 운용리스 계약이 만료된 A380 중 일부를 반환하기로 일찌감치 결정한 바 있다.

      싱가포르항공이 10년간 보유했던 이 A380을 금융리스로 구매하거나 운용리스로 운항하려는 항공사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최첨단 시설을 갖춘 A380을 들여와도 500명이 넘는 승객을 비행마다 꾸준히 채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료 소모 측면에서도 A380은 항공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초대형기의 승객 단위당 운항비용이 증가하자 A380 대신 연료 효율성이 높은 중대형 기종들을 선택하는 항공사 수가 늘고 있다

      A380의 부진은 보잉과의 경쟁을 지나치게 의식한 에어버스의 판단 미스라는 평가다. 에어버스는 항공 여객의 주요 비행 형태가 허브 앤드 스포크(hub-and-spoke) 방식이 되리라 예측했다. 결론적으로 현재 항공사들은 대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허브 앤드 스포크 방식이 아닌, 경유지를 최소화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방식을 주로 택했다. 덩치가 크고 값비싼 항공기 생산에 집중한 에어버스가 오판한 셈이다.

      지금까지 인도된 A380의 절반 이상을 자본력을 갖춘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고, 유럽·아시아 항공사들이 나머지를 양분해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선 A380을 보유한 항공사를 찾기가 어렵다.

      우리 국적 항공사들도 A380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거나 투자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한항공은 A380 1차 전쟁이 시작된 2000년대 초반 일찍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필요한 A380 기종의 도입을 완료한 상태다. 대한항공은 현재 운항 효율성이 높은 중대형으로 분류되는 보잉사의 B-777·B-787 기종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부터 3년간 해마다 A380을 2대씩 도입, 미국·유럽 노선에 편입했다. 총 투자금액만 2조45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였다. 2011년 투자 결정을 내린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와 순차입금은 각각 5조원, 3조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었다. 재무 구조에 무리라는 시각과 뒤늦게라도 A380 투자를 잘 결정했다는 의견이 공존한 가운데 시작된 투자였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A380의 활용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그러나 A380의 부진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투자 전략이 적절치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A380 기종들이 만석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으로 되돌아오는 사례들이 목격되는 등 A380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6대 모두를 금융리스로 들여왔다. 2014년 계약 시점을 기점으로 10년간 매년 한 대당 341억원의 원금과 소액의 이자가 지급되고 있다. 전방위 구조조정을 기울이고 있는 항공사의 현 사정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부담요소가 아닐 수 없다. 향후 노후화된 A380을 저가항공 자회사나 다른 항공사에 넘기려 할 시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모그룹 사정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아킬레스건은 또다시 드러났다는 평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2011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형제의 난이 일단락된 이후에야 대한항공을 뒤쫓아 A380에 대한 투자 결정을 내렸다. 미뤄던 항공기 투자를 조급하게 진행하느라 초대형기인 A380에만 치중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82대) 중 50대가 에어버스 기종으로 보잉 기종이 다수인 대한항공과는 상반된 항공기 투자 전략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의 후발주자로 대한항공의 투자 전략들을 모방해 온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라며 "A380 투자의 경우 자체적인 분석에 따른 적합한 투자가 아닌, 성급하게 대한항공을 따라간 사례로 분류될 법하다"라고 전했다.

      최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항공·운수 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기 투자 전문 인력을 강화하고 아시아나항공 실무진의 의사결정이 그룹 측의 최종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모양새가 갖춰진 기업으로 거듭나길 시장에선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