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었던 아모레퍼시픽, 전방위 전략 수정 필요
입력 2017.12.12 07:06|수정 2017.12.12 07:06
    사드로 기업가치 '직격탄'
    굵직한 투자·M&A는 경쟁사 대비 소극적
    고가 제품 경쟁력 향상·저가 제품 교통정리 …실적 회복 열쇠
    • 올 한 해 아모레퍼시픽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실적 상승세는 급제동이 걸렸다. 중국 리스크와 무관하게 브랜드 경쟁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난히 분주했던 올해 화장품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었다.

      약해진 아모레퍼시픽의 위상이 내년에 크게 달라질 것이라 예측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 고가 제품군이 제 역할을 하고, 중저가 제품군의 교통정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 한해는 무엇보다 실적 타격이 컸다. LG생활건강이 올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반해 아모레퍼시픽은 작년에 비해 급감할 전망이다. 사드 사태 탓이 예상보다 컸다. 면세점 매출이 급감하며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3분기 영업이익이 40% 줄었다. 4분기에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의 기대감과 주가 흐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한때 황제주로 평가받으며 국내 화장품 업계 1위란 타이틀을 견고하게 유지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시행된 작년 3분기부터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올 2분기부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실질적으로 줄면서 주가는 30만원을 기점으로 횡보 중이다.

    • 더바디샵·커버코리아 매각 등 굵직한 거래로 유난히 바빴던 올해 화장품 M&A 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존재감이 없었다. LG생활건강이 올해 태극제약 인수를 통해 코슈메틱 시장에서 외연을 확장하려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란 평이다. 쿠션 신화를 써가며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지만, 아직은 글로벌 수준의 유통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흐름에 맞는 과감한 투자나 M&A건을 추진해주길 시장은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M&A 진행 시 기업가치나 투자대비수익(ROI)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모습"이라며 "조금은 도전적인 행보로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유일하게 선제적으로 움직인 영역은 인사다. 예년보다 3~4개월 앞당겨 내부 전문가인 안세홍 전 이니스프리 부사장을 아모레퍼시픽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내수 시장을 살리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였지만, 시장은 이에 대해서도 미온적 반응이다. 안 사장이 외부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탓에 그가 펼칠 전략들이 회사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예측하는 이가 많지 않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공격적 실행에 대한 기대감은 적은 편"이라며 "신임 사장의 외부 인지도 또한 높지 않다 보니 경영진이 보여준 그간의 사업·재무적 전략이 크게 변화할 것 같진 않다"고 예측했다.

      내년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가 제품군의 경쟁력 회복과 중저가 제품군의 교통정리 없이는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해외에서 수년간 공 들여온 고가 제품의 성장 여부도 더 중요해질 것이란 시각이다.

      고가 브랜드 중에선 무엇보다 부진의 늪에 갇힌 헤라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다. 올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설화수 매출은 전체의 30%대까지 증가했지만 헤라는 한 자릿수로 하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헤라의 매출 회복은 백화점 판매 매출이 관건인데,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최근 화장품 시장을 선도하는 색조 제품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근본적인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선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전략 수정도 필요하다. 에어쿠션 파운데이션을 개발한 아이오페 매출이 급감한 지 오래다. 마몽드는 3%대의 매출 비중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저가 제품이 판매되는 아리따움이 매장 구조조정 등의 과도기를 겪고 있어 중저가 제품들의 매출 회복 또한 쉽지 않다.

      일각에선 "실적이 부진한 중저가 브랜드의 재검점을 실시해 일부 제품군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는 등 선별적인 판매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감한 투자나 브랜드별 전략 선회를 위한 아모레퍼시픽의 재무여력은 나쁘지 않다. 2014년 개별 기준으로 4787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이듬해 7083억원, 2016년에는 8000억원을 웃돌았다. 올 3분기 개별 기준으론 6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