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광풍에 편승해 '한탕' 노리는 은행권
입력 2017.12.14 07:00|수정 2017.12.13 16:11
    KB·우리銀 수수료 챙기려 매진
    바이오 종목 주가 상승에 영향
    • #. 서울의 한 시중은행 PB센터를 방문한 A씨는 최근 잘나간다는 신탁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유 받았다. 코스닥 지수 상승에 편승해 단기간 고수익이 가능하다는 설명. 수익률을 매일 확인하기 힘든 고객을 위해 3% 수익률이 달성되면 자동으로 환급 받을 수 있다는 부연설명도 들었다.

      은행들이 코스닥 지수에 투자하는 신탁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코스닥 관련 신탁상품은 최근 은행 PB센터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착한신탁6호'를 내세우고 있다. 이 상품은 코스닥 기업 중 배당을 많이 주는 우량하고 재무건전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목표 수익률을 정해 놓으면 수익률 달성 시 자동으로 환급되게도 할 수 있다.

      우리은행도 이와 유사한 ‘우리은행 특정금전신탁 ETF’를 판매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제약, 바이오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한 시중은행 PB는 “어떤 고객은 불과 며칠 만에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신라젠 등 헬스케어 주를 중심으로 코스닥 지수 급등이 은행들의 신탁상품 판매에 불을 지폈다. 630선을 오가던 코스닥 지수가 최근 3개월 새 급등하면서 800선까지 올랐다. 은행들이 이를 기회 삼아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신탁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신탁보수' 때문이다. 은행은 고객의 자금을 맡아서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신탁보수를 떼어간다. 우리은행의 특정금전신탁 ETF의 경우 신탁보수로 1%를 은행이 가져가는 구조다. 개인고객들은 굳이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코스닥 지수에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이를 잘 모르거나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은 신탁상품을 통해 코스닥 지수에 투자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증권 거래 경험이 없거나, PB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ETF 신탁상품을 찾는 것으로 안다”라며 “개인 입장에선 수수료만 은행에 더 주고 투자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선 신탁거래가 많이 일어날수록 받는 보수가 커지다 보니 목표 수익률을 정해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코스닥 붐에 편승해 신탁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목표수익률이 달성되면 다시금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은행들의 행태가 코스닥 시장에 거품을 유발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은행은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를 2200억원 매수하며, 개인이 순매수한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약 1710억원)를 넘어섰다. 은행들이 코스닥 시장에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바이오(셀트리온, 신라젠)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ETF로 대규모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 들어오면서 비중이 큰 셀트리온, 신라젠 등의 헬스케어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