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로에 선 이커머스…"내년 마지막 전(錢)의 전쟁"
입력 2017.12.14 07:00|수정 2017.12.15 09:54
    국내서 기 못펴는 소셜 3사 등 이커머스 업체
    각양각색 차별화 전략…마지막 자금 수혈 준비
    펀딩 실패시 매물 출회 가능성도 거론
    • 아마존발(發)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면서 소셜커머스 3사 등 이커머스 업계도 생존 기로에 선 모양새다.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기존 유통 대기업과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시장을 넘보는 인터넷 포털 업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포착된다.

      투자업계에선 이르면 내년에 이커머스 업계 마지막 '전(錢)의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체들도 저마다 색깔을 강조하며 신발 끈을 단단히 죄고 있다. 성공 여부에 따라 시장 지위가 확연히 갈릴 수 있다는 풀이다. 일각에선 자금조달에 실패한 일부 업체들의 매물 출회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 최근 이커머스 업계 최대 화두는 자금 수혈이다. 쿠팡·티몬은 물론 현재 유일하게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위메프도 당장 사업구조 유지를 위해선 추가 투자금 유치가 불가피하다.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기업가치(벨류에이션)를 인정받고,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받아오느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유치에 성공했느냐, 성공했다면 투자금을 얼마나 받아오느냐가 생사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며 "업체들마다 막판 투자유치 전 매력을 부각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다"며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소셜 3사는 지금까지 총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했지만 흑자전환 시기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쿠팡·위메프·티몬은 각각 5652억원·636억원·1585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을 냈다. 온라인쇼핑 사업을 먼저 시작한 오픈마켓 업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930억원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정도만 수익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2011년 38조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76조원을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선 2019년 이커머스 거래액이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률은 지난 5년간 연평균 15% 수준을 기록하며 대형마트·아웃렛의 성장률(3.9%)을 앞지른지 오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이커머스는 명실상부 유통의 확실한 채널로 자리 잡았다"며 "여러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지만 한 곳이 확실한 시장 지위만 가져가게 되면 큰 이익은 아니더라도 적잖은 수익을 꾸준히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개별 이커머스 업체들은 서비스 차별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새로운 영역으로 서비스를 넓히거나 기존 서비스를 다듬어 비용 절감 등에 나서는 모양새다. 본격적인 자금조달 작업에 착수하기 전 그럴싸한 성적표를 만들기 위한 정제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다.

      특가전 도입으로 가격 차별화에 나선 위메프는 사업 영역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직거래 커뮤니티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와 제휴를 맺고, 내년 3월부터 부동산 중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다. 홈 카테고리를 신설, 직거래 매물을 위메프 플랫폼에 소개하고 거래 페이지에 맞춤형 홈 상품을 추천해 패키지 구매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위메프는 내부 조직개편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직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으로 배송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던 쿠팡은 배송 서비스의 세부 운영 방식을 손질하고 있다. 직배송으로 인한 만성 고비용 구조를 다듬어 수익구조 안정화를 앞당기겠다는 의도다. 쿠팡은 지난해 10월부터 직배송 무료배송 기준액을 2배가량 인상했고, 정기배송을 붙인 자체브랜드 상품(PB)인 탐사(Tamssa) 제품을 선보이며 충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쿠팡에 투자했던 한 벤처캐피탈 업체 운용역은 "쿠팡은 쿠팡맨을 제외하고도 인력이 많은 고비용 구조라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돈 버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어필해야 투자유치도 성공할 수 있어 회사도 이를 인지하고 배송 서비스에 손을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맨을 제외한 쿠팡 내부 인력은 2500여명 수준으로 이베이코리아(1000명)·위메프(1300명)·티몬(1300명) 가운데 가장 많다.

      자금줄이 말라버린 티몬은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복수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 리빙소셜→그루폰→KKR-앵커에쿼티컨소시엄 등으로 잇따라 주인이 바뀐 티몬은 지난 4월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선회해 지난 8월엔 여행사업부문인 티몬투어를 분사, 외부 투자자를 받는 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추가 투자자가 등장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사이드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금 대부분이 수익구조 및 사업 안정화에 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해외로의 사업 확장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베이가 G마켓과 옥션을 베팅한 이유는 온라인 시장이 치열한 한국에서 1세대 업체이기에 이런저런 실험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국내서도 불안한 소셜 3사의 경우 해외 진출은 생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회수시 큰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G마켓·옥션을 인수한 이베이코리아가 미국 외에 이베이호주·이베이인디아·이베이유럽 등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경험을 꼽는다. 다양한 서비스를 G마켓·옥션에서 선제적으로 실험한 뒤 수정·보완해 활용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업체들 간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개별 업체도 타사와의 차별점이 적어져 굳이 한정적인 시장을 나눠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출혈경쟁을 하느니 빅딜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마지막 펀딩에 실패한 업체가 통매물로 나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오프라인 기반인 태생적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유통 대기업들도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