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의 CJ 꿈꾸는 하림, 오너리스크에 '발목'
차준호·조윤희 기자 | chacha@chosun.com | 2018.01.02 07:00
Edited by 이도현 팀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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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육계·물류 이어 B2C 식품사업 진출 의지 밝혀
M&A, 부동산 투자 등 대규모 투자 안정기
불투명한 승계 과정에서 공정위 첫 '타깃'
임원 1인이 주도하는 시장과의 소통에 대한 우려도

하림그룹은 2017년 상장 및 자금조달로 시장에서 숨 가쁜 행보를 보였다. 최근에는 ㈜STX 인수전에도 재도전하며 사세 확장에 고삐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사료·육계·해운을 비롯한 주력 사업이 성장세를 보이며 실탄을 확보했고,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재무 부담도 차츰 덜어냈다는 평가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하림의 지배구조 및 승계과정에 대해 감독에 나서며 ‘오너 리스크’가 그룹의 아킬레스건으로 다시금 거론되는 점은 부담이다. “대주주가 필요할 때만 시장을 이용한다”는 투자자들의 누적된 불만을 해결해야 하는 점도 숙제로 지적된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그룹 최대 현안이었던 지주사 제일홀딩스 상장을 완수했다. 신주공모를 통해 확보한 현금 약 4200억원은 대부분 팬오션 인수대금 상환(3300억원)으로 소진됐다. 자회사 하림 및 선진의 유상증자(각각 394억원, 451억원)에도 참여했다. 확장을 꾀하는 계열사들에 ‘실탄’을 배분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증자와 관련한 회사측의 설명이 미비해 제일홀딩스와 유상증자를 단행한 계열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룹의 명운을 걸었던 대규모 M&A도 일부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 2015년 인수한 팬오션은 하림그룹 편입 이후 매년 성장세를 보인다. 계열사 물량을 바탕으로 곡물유통 중심으로 내부거래가 늘어난 효과다. 최근에는 ㈜STX 인수전에 뛰어들어 벌크선 중심 물류 강화를 꾀하고 있다.

주력 사업 외 부동산 투자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NS홈쇼핑을 통해 지난해 5월 경매로 나온 양재동 소재 한국화물터미널 부지(복합물류센터 파이시티)를 4525억원에 매입했다. 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개발을 두고 아직 확정안이 나오진 않았지만 용적률을 600~800%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하림그룹 내에선 해당 부지 시세가 최소 1조6000억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림은 지상층을 통해선 임대 수익을 얻고 하층에는 수도권 기반 물류센터를 꾸리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기존 사업이 안정기를 맞으며 하림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신사업 진출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돼지·닭 등의 도축 과정에서 버려졌던 부산물을 활용해 반려동물용 식품을 만드는 ‘하림 팻푸드’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가정간편식(HMR), 도시락 사업과 관련된 시장 조사도 내부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사업을 기반으로 사료-돈육·육계-물류(해운)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이제는 일반 소비자 대상 식품 시장까지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급식업체 웰리브, 간편식 업체 신송식품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CJ를 롤모델로 세워 B2C 업종에 대한 공격적인 진입을 꾀하고 있다”며 “향후 관련 매물이 시장에 출회할 때마다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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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너리스크'는 발목을 잡는 이슈로 부상했다. 공정위 출범 이후 하림이 첫 직권조사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자 시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홍국 회장은 지난 2012년 비상장 계열사 올품(옛 썸벧판매)의 지분 100%를 장남 김준영(25)씨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2세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했다. 당시 증여세로 약 100억원을 납부했는 데, 이마저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을 통한 매출비중이 80%를 넘는 올품은 지난해 100% 주주인 김준영씨를 대상으로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진행하고 그 대가로 100억원을 지급했다. 한 지주사 애널리스트는 “2세가 자기 돈을 한 푼 안 들이고 승계를 해결한 마지막 선례로 남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감독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하림그룹 지배구조 조정의 마지막 고리인 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 합병과 제일사료의 상장 작업도 당분간 무기한 중단됐다.

자본시장과 접촉을 피해온 ‘은둔 기업’ 이미지도 그룹 확장에 암초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룹에서 M&A, IPO, 승계 작업 등 자본시장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천세기 제일홀딩스 상무가 독점적으로 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에 입사한 '하림맨' 천 상무는 김홍국 회장에게 현안을 대면 보고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증권가는 물론 IB, 회계법인, 로펌 등 자문사에서도 자문료 책정은 박한데다가 무리한 요구가 많아 오히려 하림 일감을 피한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꾸준히 나온다.

한 증권사 하림그룹 담당 연구원은 “회사도 유상증자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인식해 주주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투자설명회(IR)도 적극적으로  열어 소통도 하려 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상황에서 당분간 하림그룹 관련 리포트를 시장에 내기도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26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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