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한 IPO 수수료...배경엔 '청약 수수료 전면 확대'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8.01.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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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IPO 평균 수수료 1.36%...전년比 25% '급락'
청약 수수료 걷으며 실질로는 300억원 추가 수익 추정
IB 강화·상품 부족 등 자본시장 판도 변화가 '맥락'

기업공개(IPO) 때 기업들이 내는 수수료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상장 주관을 담당하는 증권사의 IPO 관련 수익은 크게 줄지 않았다. 수요예측 시기에 기관투자가에게 부과하는 청약 수수료가 대부분의 공모로 확대된 까닭이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각 증권사의 투자금융(IB) 부문 강화, 그리고 쓸만한 투자상품 부족 현상과도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IPO를 통해 국내에서 기업들이 조달한 총 자금은 7조8200억여원이었다. 이들이 주관사 및 인수단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1060억여원이었다. 대표주관수수료를 포함해 평균 상장 수수료율은 1.36%를 기록했다.

2016년 평균 상장 수수료율이 1.80%였음을 고려하면 0.44%포인트 하락했다. 비율로 따지면 25%나 급락한 셈이다. 이전까지는 초대형 거래라도 1% 수수료가 기본이었지만, 지난해 주요 거래 중엔 셀트리온헬스케어(0.82%)나 스튜디오드래곤(0.6%) 등 0%대 수수료율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의 인수 수수료율은 0.4%였다.

그럼에도 불구, 주요 증권사 IPO 부문은 지난해 대부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올해 더 큰 장이 설 것으로 예상하고 부서를 분할하거나 인원 확충에 나선 곳도 있다. 단순히 증권사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라고 치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거의 대부분의 상장 공모로 확대된 '청약 수수료' 제도를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청약 수수료 제도란 IPO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배정받은 주식에 대해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예컨데 A운용사가 상장 공모에서 주식을 100억원어치 배정받았다면, 그 1%인 1억원을 수수료로 주관사에 지급해야 한다.

이전까지 청약 수수료는 해외 기관만 지급했다. 국내에는 기관들의 반발로 정착하지 못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2014년 이후 누구나 투자 기회를 노리는 대형 공모에만 이 제도를 시범 적용해왔다.

그러다 올해 들어 이 제도가 대부분의 공모로 확대됐다. 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진행한 공모 중 모험투자 성격이 짙은 몇몇 코스닥 종목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공모에서 청약 수수료를 냈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IPO에서 기관에 배정되는 주식은 공모 물량의 60%다. 지난해 전체 공모 규모를 고려하면 기관에 배정된 물량은 4조7000억여원이다. 여기에 1%씩 청약 수수료를 걷었다면 증권사는 주관 과정에서 대략 470억여원의 추가 수익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명시적인 수수료 총 합계는 전년대비 100억여원 이상 줄었지만, 실제 수익은 300억여원 이상 높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연기금·운용사 등 투자 측은 상장 비용을 증권사가 떠넘기고 있다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발행사에 요구하는 수수료는 크게 낮추고, 줄어든 수익을 청약 수수료로 보충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으로 인해 공모 청약에 따른 기대 수익률을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이전까지는 '무료 봉사'에 가까웠던 상품 발굴 서비스에 정당한 대가를 받기 시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상장 담당 실무자는 "수수료가 아까우면 거래에 참여하지 않으면 된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로는 원래부터 받아야 할 수수료였고, 이제 정착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갑을관계가 역전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이전까지 증권사는 기관에게 '제발 공모에 들어와달라'고 애원하는 처지였다. 저금리가 계속되고 국내에 투자할만한 상품이 자취를 감추며 공모주 투자는 기관들에게 '아직 할 만한, 중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기관들이 IPO에 참여해야 할 유인이 더 늘어나며,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기관을 담당하는 홀세일(whole-sale) 부문의 약화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이전까지 홀세일은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었고 IB는 보조적인 업무로 여겨졌다.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증권사가 IB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홀세일은 사실상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에 의존해 연명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예전엔 IPO 공모 과정에서 불합리하다는 부분을 느끼면 해당 증권사 홀세일 부문을 압박해 원하는 대답을 얻곤 했다"며 "지금은 홀세일에서 IB에 아무런 대꾸를 못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1월 11일 10:54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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