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국내 사모펀드(PEF), 5000억대 블라인드 줄이을 듯...'격세지감'
입력 2018.01.17 07:00|수정 2018.01.18 09:25
    LP들 출자 정례화 여파....글렌우드ㆍJKL등 펀드 크게 커져
    블라인드 운용은 진검승부 시장...투자 전략 시험대 평가도
    • 새해 국내 사모펀드(PEF)시장에서 5000억원 전후의 대형 펀드 등록이 줄이을 전망이다. 지난해 10여개가 넘는 기관투자가(LP)들의 PEF 운용사 공개선정과 출자가 대폭 늘어난 여파다.

      다만 대형 블라인드펀드 운용은 투자시장 최전방에서 뚜렷한 전략을 가지고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부문으로 꼽힌다.  운용사들의 차별화된 전략이 뒷받침될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상당수 LP들의 공개 출자가 연이어 진행됐다. 국민연금과 교원공제회는 물론,  한국성장금융ㆍ우정사업본부ㆍ산업은행ㆍ행정공제회 및 노란우산공제회, 그리고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및 고용보험기금과 산재보험기금 등이 출자에 나섰다.

      다수의 운용사들이 선정된 가운데 주목 받는 회사는 크게 6곳 정도다. 글랜우드PEㆍJKL파트너스ㆍ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 그리고 스틱인베스트먼트ㆍ루터어소시에잇코리아ㆍ유니슨캐피탈 등이다.

    • 글랜우드 PE의 경우.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미드캡부문 4500억원 출자)과 교원공제회(4500억원 출자) 두 곳 모두로부터 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 두 앵커투자자로부터만 각 1500억원씩, 3000억원을 모았고 5000억원대 펀드설립 목표가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2012년 설립, 페이팔 공동창업자 등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는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도 국민연금에서 1500억원, 교원공제회로부터 500억원을 받았다.

      국민연금은 이들 미드캡 부문 운용사를 뽑으면서 하드캡(Hard Capㆍ넘지 말아야 할 최대 펀드규모)을 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규모 면에서는 JKL파트너스가 가장 화제가 되고 있다. 작년말까지 확보해 설립할 펀드 규모가 6800억원대로 전해진다. 작년 4월에 산업은행으로부터 1500억원, 11월에 교원공제회로 1500억원을 확보했다.이어 대다수의 기금과 LP로부터 전부 출자받았다. 당초 5000억원대 펀드레이징이 목표였지만 연말까지 모집을 진행하다 자연스레 규모가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시장 업력이 더 긴 스틱이나 루터, 유니슨 등은 3000~4000억원대 펀드 조성을 마무리하고 있다.

      스틱은 우정사업본부과 산업은행 등 다수의 기관에서 출자를 받았고 약 3000억원 정도로 마감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로쓰 투자와 미드캡 등으로 전략을 구체화해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출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니슨도 추가 출자자 없이 4000억원대로 펀드를 마무리하고 확보해 놓은 투자건을 곧바로 집행할 예정이다. 루터어소시에잇의 경우도 '세미 바이아웃'전략을 기점으로 4000억원에서 펀드를 마무리하고 이미 마련한 투자계획 실행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일부 운용사는 추가 출자 의사를 표시한 LP들이 있었지만 적정 수준의 펀드운용을 선택, 규모를 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PEF시장에서는 불과 수년전까지만해도 4000~50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는 '희귀 대상'으로 꼽혔다. 규모가 큰 펀드는 MBK파트너스ㆍ어피니티ㆍ한앤컴퍼니 등과 같이 해외 출자자가 주력인 펀드이거나 대우건설에 투자했던 미래에셋3호(6110억원) 같은 대형 프로젝트(딜바이딜) 펀드였다.

      그나마 수년에 한 번 등장하는 수준이었는데, 초창기에는 2005년 설립된 보고펀드 1호(5010억원), 2007년 등록된 KTB네트워크 시절의 KTB 2007 (4600억원) 정도에 그쳤다.

      국민연금 대규모 공개출자와 펀드설립이 이어진 2007년~2008년에 등록된 펀드들의 규모도 신한PE 2호(4600억원), H&Q 2호(3725억원), 미래에셋5호(3590억원)IMM로즈골드1호(3125억원) 수준이었다.

      이후 2010년부터 블라인드 펀드 규모가 커지면서 2010년 우리블랙스톤1호(6061억원), 2012년 IMM로즈골드2호(7361억원), 2013년 국민연금이 수시출자로 출자한 H&Q3호(5642억원) 등장했다. 그리고 여전히 운용사들은 초창기부터 PE시장에 진출한 이른바 '베테랑'들이 주력이었따.

      하지만 산업은행으로부터 떨어져나온 정책금융공사 출자, 그리고 다른 LP들의 출자가 이어지면서 펀드규모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후 IMM PE가 연이어 조단위 펀드를 설립했고 보고펀드가 VIG파트너스로이름을 바꾸며 7000억원대 블라인드 펀드를 모았다. 이후에도 펀드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블라인드 펀드 규모 확대에는 ▲연기금ㆍ공제회의 운용자산 자체 확대 ▲대체투자(AI) 포트폴리오 배분 비중 증가 ▲LP 리스트 확대 ▲PEF출자의 보편화 등이 원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규모가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투자전략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펀드규모가 커질수록 관리수수료(Management Fee)가 높아진다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러나 5000억원이 넘는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 수익을 꾸준하게 낸다는 것은 반드시 명확한 투자전략과 운용방침이 필요하며 이런 점 없이는 어려움을 겪기 쉽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블라인드 펀드 확대와 함께 LP들의 운용사 선정방식에 좀 더 정교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례로 단기간에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모으게 된 글랜우드 PE의 경우. '동양매직'과 '한라시멘트'라는 걸출한 두 개의 딜로 LP들의 인정을 받은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두 거래는 'NH PE'라는 든든한 우군과 '베어링PE'라는 엑시트 창구를 배경으로 거둔 단기간 프로젝트성 펀드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만큼 향후 블라인드 펀드를 얼마나 잘 굴릴지가 운용사로서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LP들의 운용사 선정에도 좀 더 정교한 평가가 가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