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2위 되자" 권영수 프로젝트 무색해진 LG유플러스
입력 2018.01.22 07:00|수정 2018.01.24 11:26
    LG "추진 중" vs. CJ "매각 안한다" 엇갈린 반응
    급할 것 없는 CJ…'부회장님 성과' 조급한 LG
    "케이블사 품는다" 시장에 알린 LG유플러스…악수(惡手)되나
    • 업계를 달궜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가 사실상 단기간내 진행이 어려워졌다. 매각자인 CJ와 인수 후보인 LG가 ‘엇박자’를 내는, 좀처럼 보기 드문 해프닝도 벌어졌다. 오히려 LG가 CJ에 매수 의지만 내보인데다, SK텔레콤(SKT)을 비롯한 다른 인수 후보들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끊임없이 CJ헬로 인수 의사를 내비친 LG의 자신감이 결국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설을 놓고 LG유플러스는 '검토 중'이란 답변을, CJ헬로와 최대주주 CJ오쇼핑은 '사실 무근'이라는 엇갈린 답변을 내놓았다. CJ 측이 전면 부인할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인수 직전일 CJ오쇼핑과 CJ E&M은 합병을 발표했고 합병 비율 산정까지 마쳤다. CJ오쇼핑의 핵심자산인 CJ헬로의 매각이 병행될 경우 양 사 주가를 바탕으로 책정한 합병비율을 두고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만일 CJ오쇼핑이 매각을 부인하는 대신 '미확정' 혹은 '진행' 공시를 낼 경우 CJ오쇼핑 주주들은 매각 전 상황이 반영된 CJ E&M과의 합병비율을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CJ오쇼핑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합병 진행을 막고, CJ헬로의 매각 이후로 합병기일을 다시 짜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이번 해프닝으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추진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M&A 업계에선 자신의 '패'가 일찌감치 드러난, LG 측의 자충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유플러스의 케이블사 인수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폭탄선언'으로 이미 예고됐다. 지난해 9월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권 부회장은 "IPTV 사업자가 MSO사업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면 (M&A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두 달 전인 7월 SK텔레콤과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간 M&A 무산 여파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당시 KT와 공동전선을 꾸려 인수를 반대해 온 LG유플러스가 입장을 급선회해 화제가 됐다.

      실제 LG유플러스는 LG그룹 내에서 M&A를 담당하던 김용환 상무를 중심으로 내부 전담팀을 꾸려 본격적인 인수 검토를 시작했다. 다수의 그룹내외 관계자들은 "발표는 '케이블업체' 인수 검토였지만 실체는 'CJ헬로(당시 CJ헬로비전)' 인수 검토였다"고 입을 모은다. LG유플러스엔 CJ헬로만이 대외적 명분은 물론 사업적 실리도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매물이기 때문이다.

      LG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권영수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에 있을 때부터 각각 LCD, 배터리 분야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역량 하나만큼은 뛰어났다”며 “전격적으로 LG유플러스로 이동한데는 ‘만년 3위’에서 탈피, 구체적으로는 CJ헬로를 인수하라는 그룹의 특명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KT(30.45%, 자회사 스카이라이프 포함)가 압도적 선두에 있다. 그 뒤를 SK브로드밴드(13.38%), CJ헬로(12.97%), 티브로드(10.59%)가 잇고 LG유플러스는 10.42%로 5위권이다. 최근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는 6.66%로 집계됐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품으면 단 한 번의 거래로 안정적 2위 사업자로 등극한다. “SKT가 실패한 딜(Deal)을 권영수 부회장이 해냈다”는 마케팅 효과는 ‘덤’이다.

      M&A 대신 배당을 선호하는 통신사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CJ헬로 인수가 안전한 해법이다. CJ헬로는 알뜰폰(MNVO) 1위 사업자다. LG유플러스는 매년 2000억원이 넘는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고 지금까지 CJ헬로가 KT에 내오던 망사용료를 LG유플러스로 내재화할 수 있다. 이 금액만 약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조원을 들여 인수하더라도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당장 10% 늘 수 있다’고 주주들을 달랠 수 있는 매물은 CJ헬로가 유일하다”면서 “LG유플러스도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강조해왔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매각이 무산돼 비슷한 시기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현 상황을 고려하면 LG유플러스가 눈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대안으로 딜라이브를 품어 공정위 승인을 얻는 등 기반을 마련해 놓으면 SKT가 CJ헬로 재인수 기회를 노릴 수 있다. SKT가 CJ헬로를 품으면 LG유플러스는 다시 3위권으로 밀리게 된다. LG유플러스는 딜라이브가 헐값에 매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위험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CJ오쇼핑과 CJ E&M의 합병이 끝날 시기까지 끊임없이 구애를 보여야 할 상황이다.

      LG의 카드를 뻔히 보고있는 CJ는 매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 이 상황을 활용해 몸값을 키우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당장 SKT와 협상 당시 CJ헬로의 기업가치는 100% 기준 약 1조9000억원. 매각 실패 이후 꾸준히 CJ헬로의 시가총액은 꾸준히 하락해 당시 가격을 받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재 LG유플러스가 제시한 밸류에이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가치만 반영해도 현재 시가총액의 3배 가까운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CJ는 현안인 CJ오쇼핑의 합병에 더욱 집중하면서 중·장기적으론 LG와 SK를 넘나들며 가격을 끌어올릴 시간을 번 셈이다. CJ헬로가 딜라이브 인수전에 기웃거리는 것은 당분간 매각설을 잠재우려는 배경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