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큐셀 업어주겠다?"…대통령도 구분 못한 한화큐셀·한화큐셀코리아
입력 2018.02.02 07:00|수정 2018.02.05 09:27
    • 문재인 대통령이 한화큐셀코리아의 충북 진천 공장을 깜짝 찾았다. 10대 그룹내 생산시설 방문이 취임 이후 첫 사례인데다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정부 정책에 모범 사례로까지 치켜세워지다보니 관심이 쏟아졌다. "오늘 특별히 이곳을 방문한 것은 한화큐셀을 업어드리고 싶어서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그 정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업어주고 싶다"고 밝힌 한화큐셀코리아 충북 진천∙음성공장의 육성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한화큐셀코리아의 주주구성은 ㈜한화(41%), 한화케미칼(39%), 그리고 김승연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가 지분 20%를 보유했다. 반면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자 글로벌 선두권 태양광사 '한화큐셀(Hanwha Q CELLS Co.,Ltd)'은 한화케미칼이 94% 가까운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별개 회사임에도 불구, 2016년까지 두 회사의 국내 홍보 인력마저 동일해 대부분 언론에서도 '한국 지사' 정도로 간주했다. 대통령과 경제팀이 혼동한 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현재도 한화큐셀코리아는 한화가 독일큐셀을 인수해 확보한 한화큐셀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고객사에 사용할 수 없다. 나스닥 상장사 한화큐셀의 해외 자회사에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모듈을 수출한 후 공식 제품을 고객에게 납품한다.

    • 이처럼 '한화큐셀' 브랜드를 공유하지만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사실상 별개 회사다보니 복잡한 역사가 이어졌다. 요약하면 김승연 회장이 최대 주주인 ㈜한화와 자회사 한화케미칼의 가치는 꾸준히 낮추고, 김동관 전무를 포함한 세 아들이 보유한 한화S&C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가 선두에서 활약했다. 한화큐셀의 부(富)를 한화큐셀코리아로 이전하면 됐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한화큐셀코리아 육성안은 2016년 5월 초부터 가동됐다. 우선 한화그룹은 한화큐셀의 100% 자회사이자 또 다른 회사인 '한화큐셀㈜'이 보유하던 충북 음성 모듈 공장을 물적 분할한 후 이를 한화큐셀코리아에 약 67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이 거래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었다. 특히 나스닥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 주주들의 불만이 거셌다. 한화큐셀㈜는 음성 모듈 공장 증설로 당시까지 850억원을 들였다. 2016년만 해도 투자비 투입은 끝났고, 상반기 이후면 가동을 앞두고 있었다. 직전해에 미국 넥스트에라(NextEra)와 대규모 모듈 공급계약을 미리 맺어 공장만 가동하면 고스란히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한화큐셀은 해당 공장을 통해 연간 1조원 가량의 수출을 기대한다고 스스로 전망하기도 했다.

      당시 한 한화케미칼 담당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추후 한화케미칼 태양광 부문의 수익성 둔화→큐셀코리아로의 이익 전이가 나타날 위험(risk)를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는 "이런 주식을 사라고 할 수 없다"며 한화케미칼 커버리지를 스스로 포기하기도 했다.

      해외 나스닥 한화큐셀 투자자들의 불만은 불 보듯 뻔했다. 태양광 부문 권위지로 뽑히는 PV테크(PV Tech)의 편집장 마크 오스본(Mark Osborne)도 “실적발표 당시 지분구조가 한화큐셀과 상이한 한화큐셀코리아로의 설비 이전 등 경영진이 설명해야 할 정보들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며 "질의응답까지 생략하면서 회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고 일갈했다.

      논란을 뒤로 하고 한화큐셀코리아는 규모를 쑥쑥 키웠다. 2015년 매출 1877억원, 영업이익 8억원을 그쳤던 회사는 1년만에 매출은 7654억원, 영업이익은 1007억원을 기록했다. 태양광 업황이 주춤했던 지난해에도 매출 1조1532억원, 영업이익 1626억원을 거뒀다.

      물론 한화큐셀코리아의 항변도 예상된다. 모듈공장 합병 이후 국내에 꾸준히 투자를 집행했고, 그 주체는 한화큐셀코리아였다. 다만 한화큐셀코리아는 2016년 5000억원 규모 설비 투자를 집행했는데 그 중 3500억원은 한화케미칼의 지급보증, 1500억원은 미국 한화큐셀에서 대여금 형태로 지원 받았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 입장에선 알짜 자산을 내준 데 이어 육성 자금까지 지원해준 셈이다.

      2016년 10월엔 한화종합화학이 2500억원을 투입해 유상증자에 나서며 한화종합화학 50.15%, ㈜한화 20.44%, 한화케미칼 19.44%, 한화S&C㈜ 9.97% 현 지배구조가 완성됐다. ㈜한화와 한화케미칼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한화S&C 계열의 한화종합화학이 참여하며 김승연 회장 세 아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대통령이 한화큐셀코리아를 한화큐셀으로 생략했는지, 아니면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큐셀을 혼동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일정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동행하지 않은 점을 봤을 땐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수많은 회사 중에 하필 이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인 '오너그룹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있는 회사가 방문지로 선정됐고, 대통령이 "업어주고 싶다"라는 표현까지 하게 된 상황이 못내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