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Column]
이재용의 복귀, 삼성전자에 긍정적 요인이기만 할까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 2018.02.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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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는 장기적인 전략기획 및 최고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원활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재용 부회장의 석방에 대해 짧은 코멘트를 내놨다. 무디스는 최고 경영진에 관련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외국 신용평가사의 코멘트대로 이 부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에 긍정적이기만 할까.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 동안에도 삼성전자는 승승장구했다. 대형 인수합병(M&A) 같은 전략적 판단은 할 수 없었지만 각 사업부는 제 할 일을 했다. 반도체 업황 고점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투자자들은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를 평가할 때 사업적인 면만 보면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돌아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집행유예 상태인 이 부회장이 당장 삼성전자 최고경영인으로서 대외 활동을 할 수 없다. 대신 삼성그룹 오너로 안팎의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작업을 선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벌 개혁 움직임에 삼성이 적극 호응할 가능성이 커졌다. 순환출자 해소,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그 중심에 삼성전자가 있다. 삼성전자는 다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삼성생명이 들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누가 어떻게 살 것인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여력은 있는지, 삼성전자는 자사주를 얼마나 더 사들일 수 있을지,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사 올건지 등등 시장에선 벌써부터 설왕설래다. 당분간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대상물로 취급될 공산이 크다.

투자자 입장에선 ‘세계 제1의 정보기술(IT) 기업’ 삼성전자가 이제는 ‘한국 재벌 거버넌스 이슈의 핵심 기업’의 타이틀을 다시 얻는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주가를 부양할 카드도 마땅치 않고, 또 그럴 이유도 없다. 회사 측도 전망치를 다소 낮춰줄 것을 시장에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은 액면분할, 그리고 일전에 약속한 배당 확대 정도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최고경영진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의사결정이 원활해 질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이 곧 삼성전자의 장기적인 전략기획이 성공할 것임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 실적이 날로 개선되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끊임없이 위기를 언급했다. 그 위기가 진짜 시작될지도 모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7일 11:1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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